[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부진한 미국 경제 상황 속에서 재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한 데에는 뛰어난 선거 전략이 있어 가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오바마 선거캠프가 미국의 유권자들의 변화하는 지형을 적절하게 읽어냈으며, 구식 경제로 치부됐던 제조업 등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펼친 것이 재선의 원동력이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전략은 80-40 이었다. 미국 사회의 주류로부터 40%의 지지를 얻더라도 비주류들로부터 80%의 지지를 얻는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오바마의 행보는 이같은 전략에 부합했다. 오바마는 미국 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히스패닉과 이민, 동성결혼, 낙태, 피임 등 여성과 동성애자들을 포용하는 입장을 취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떨어지고 있는 중산층의 대변인을 스스로 자임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운영에 대해 실망했던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더욱이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그의 경제 정책은 이번 대통령 선거의 분수령이 됐던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에서 효과적으로 위력을 발휘했다. 오바마는 재임기간 중 GM과 크라이슬러를 구제금융 했는데, 두 회사의 공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오하이오와 미시건 주 주민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해 그의 재선에 혁혁한 기여를 했다.
반면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공화당 경선에서 보수진영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민제도 개혁에 반대한데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정부 주도의 구제금융을 반대했던 이력 때문에 히스패닉과 오하이오와 미시건 주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 비해 젊은 유권자과 흑인들에 대한 지지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승자 독식의 선거인단에 필요한 핵심 지지층 확보가 대선 승리의 비결이 된 셈이다.
플로리다에서는 오바마는 이민법 등에 대한 이슈 등에 힘입어 과거 친공화당 성향을 보여왔던 히스패닉을 지지층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실업률이 7%가 넘는 현직 대통령 가운데 재임에 성공한 인물은 프랭크린 루즈벨트 대통령과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 두 사람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오바마는 어려운 선거를 치뤘다. 이 때문에 공화당의 여론전문가 위트 아이레스는 선거 전에 “오바마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그동산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에 재선을 가로막아왔던 모든 악재들을 이겨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경제 문제가 핵심 쟁점인 이번 선거에서 롬니는 강력한 경쟁상대였다. 롬니는 미국인들에게 경제 문제에 관해서는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안겨줬다. 반면 오바마가 더 이상 “희망과 변화”를 대변하는 후보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오바마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백만장자와 억만장자에게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해 중산층을 삶을 지원하겠다고 밝혀왔던 점 때문이다. 오바마의 중산층을 우선시하는 전략은, 롬니를 부자를 대변하는 후보로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파괴력을 가졌다.
이번 대선에서 롬니의 선거 전략은 이번 대통령 선거를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으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사회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그동안 민주당을 등졌던 블루컬러 백인 노동자들을 되찾았다. 그리고 오바마는 재선에 성공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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