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중국 건설업체들이 세계 최대 건설사로 떠오르는 반면 서구 건설사들에 공포의 대상이었던 일본 건설업체들은 세계 상위권 건설업체 명단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영국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1월 3일자)가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건축 전문지 '인터내셔널 컨스트럭션'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가 세계 최대 건설사로 등극했다고 밝혔다. 2위는 중국철도건축총공사(CRCC), 3위는 중국철로공정총공사로 상위 10개사 가운데 5개가 중국 기업이다.
중국 건설사의 빠른 성장세는 최근 수년 간 유례를 찾기 힘든 중국의 건설 열기 덕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제 중국 내 건설 수요가 급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건설업계가 해외로 눈 돌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 건설사들의 해외 첫 진출 지역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였다. 당시만 해도 중국 정부의 광물 탐사를 지원하기 위한 철도 가설, 항만 건설이 주된 목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세계 제2의 건설사로 부상한 CRCC가 미국 뉴욕에 있는 알렉산더 해밀턴 다리를 보수하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대형 고층 빌딩을 짓고 서인도제도 북서부의 바하마에서 관광 리조트를 건설하는 등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건설업체들은 공기(工期)를 정확히 맞추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중국 건설사들이 선진국에서도 과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의 줄리안 부 애널리스트는 "중국 건설사의 경우 최대 경쟁력이 저렴한 노동력"이라며 "선진국에서 시공할 경우 값싼 인력을 대규모로 데려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자국의 대형 건설사들에 이윤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과보호했다. 선진국에서 건설할 경우 많은 리스크가 따른다. 그러나 중국 건설사들의 경우 리스크 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중국 건설업체가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일본 건설사들의 몰락과 선진국 대형 건설사들의 생존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컨설팅업체 액센추어의 조르디 로카 이사는 "일본 건설업체들이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하는 방식을 주저한 반면 유럽의 대형 건설업체들은 M&A로 외형을 키웠다"고 말했다. 프랑스 건설업체 빈치는 해외 M&A로 각국의 건설시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빈치 같은 서구의 대형 건설사들은 사회간접자본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운영사업자까지 맡았다. 빈치는 다리ㆍ터널ㆍ공항ㆍ경기장 등을 실제로 운영하기도 한다. 빈치의 사비에르 윌라르 최고경영자(CEO)는 "각국 정부가 비용을 조달하지 못해 손대지 못한 공공 공사가 많다"며 "이럴 경우 공공ㆍ민간 파트터십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윌러드 CEO는 "시장 점유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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