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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무너지는 출판생태계, 불황의 늪 빠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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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불황의 늪에 빠진 출판사 "돌파구는 도서정가제, 그러나 갈 길은 멀어"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책은 문화적 공공재일까? 단순한 상품일까?" 누구든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은 공공재의 특성을 가진다. 대가를 치르지 않더라도 이용에서 배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서점에서 돈을 지불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상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책이 가지고 있는 이 같은 특수성을 감안하면 현재 위기에 빠진 출판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다.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정부와 출판계의 의견대립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점의 몰락 원인을 짚어봤던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시스템인 출판시장의 구조적 특징과 출판생태계 복원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도서정가제'에 대해 살펴보자.

긴급진단 시리즈

<1>사라지는 동네서점, 붕괴된 도서유통구조
<2>불황의 늪 빠진 출판사, 돌파구는 도서정가제
<3>알맹이 없는 정부의 출판정책, 대안은 없나
<4>출판생태계 복원의 열쇠는 '독자'가 쥐고 있다

◆불황의 늪에 빠진 출판사='한국출판연감2011'에 따르면 2010년 등록된 출판사의 92.6%인 3만3003개사가 책을 출간하지 않는 무실적 출판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인 출판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연간 1종 이상 책을 펴낸 실적이 있는 출판사도 2007년 2771개에서 2010년 2623개로 148개사가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출판사들의 규모별 구성비를 살펴보면 소규모 출판사가 절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연간 출간 종수가 1~5종인 영세한 규모의 출판사가 전체의 52.2%를 차지하고, 6~30종을 출간하는 소규모 출판사는 37.1%로 나타나 이들을 합치면 전체의 90%에 이른다. 연간 31~150종을 출간하는 중형 혹은 준대형 출판사는 8.5%, 그 이상을 출판하는 대형출판사는 2.17%에 불과하다.

[기획]무너지는 출판생태계, 불황의 늪 빠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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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근 한국 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출판시장은 소규모 출판사들이 다양한 품종의 책을 소량 찍어내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라며 "한해 5만종의 신간이 시장에 쏟아지지만 종당 500~1000부 정도가 팔리는 현실에서 작은 출판사들은 버텨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출판시장의 특성상 대형 출판사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도서정가제가 무너지면서 소규모 출판사는 더 큰 위기에 처했다. 할인경쟁이 본격화되고, 인터넷 서점 및 대형 서점의 독과점 현상이 심화되자 작은 출판사들은 서점의 요구에 따라 도서 공급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책을 생산하는 출판사의 수가 책을 판매하는 서점의 수보다 훨씬 많은 기형적인 구조이다보니 유통업체인 서점을 둘러싼 출판사 사이의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정해운 출판영업인협의회 회장은 "과거에는 출판사가 책을 도매상에 공급할 때 일정 수준의 공급가를 지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출판사의 사정이 어렵다보니 원가보다 공급가를 낮추는 등 상도에 어긋나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면서 시장질서가 더욱 흐려졌다"고 말했다.


서점은 정가의 60~7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공급받는다. 서점 입장에서는 책을 싸게 공급받을수록 수익률을 늘리거나 가격할인을 통해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출판사에 공급가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서점들이 지나치게 공급가를 낮추도록 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출판사들 역시 상도에 어긋나는 관행에 대해 반성하고 자정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안은 도서정가제, 갈 길은 멀어= 할인경쟁으로 위기에 봉착한 서점과 출판사들은 10여 년 전부터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요구해왔다. 현행법에 따르면 모든 도서는 19%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나면 무제한 할인판매가 허용된다. 또 실용서와 초등 학습참고서는 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국가기관과 도서관 등 공공단체에서 구입 시에도 무제한 할인이 허용된다.


이에 출판계에서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의 각종 예외 규정들을 없애고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실현하자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법 개정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2010년 문화부는 출판계의 요구를 수용해 신간도서 할인율을 10%로 제한하고 사은품, 마일리지 등 변칙할인을 차단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백원근 연구원은 "도서정가제가 시장경제에 어긋나며 소비자 보호에도 역행한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이라며 "서점이 없어지고, 양서를 내는 소형 출판사들의 여건이 더 어려워지면 결국 다양한 양서를 어디서든 만나볼 수 있는 소비자의 선택권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책이 가지고 있는 특성상 도서정가제가 시행될 때 저자와 출판사, 서점이 존립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를 통해 독자들은 좋은 책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영태 비즈니스북스 대표는 "출판사의 경영악화와 서점 수의 감소는 출판 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다"며 "책의 가격제도는 소비재 상품과 같은 할인 경쟁의 시장 질서가 아니라 정가제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맹국 중 프랑스와 독일, 일본 등 비영어권인 16개국이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도서정가제는 문화적 다양성과 국민의 독서 평등권 확보, 출판시장질서가 가격 경쟁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매우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시장경쟁 제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상미 기자 ysm125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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