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원으로 창업..25년만에 中 부자 리스트 13위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1980년대 후반 중국 장쑤성(江蘇省) 난징(南京) 시내 한켠에 문을 연 작은 에어컨 대리점이 중국 최대 가전업체가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밑바닥서부터 시작해 중국을 대표하는 거부로 떠오른 쑤닝전기(蘇寧電器)의 장진둥(張進東·49·사진) 회장이 바로 대리점 주인이었다.
안후이성(安徽省) 태생인 장은 난징(南京) 사범 대학 중문과를 졸업한 뒤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1987년 직장생활로 모은 10만위안(약 1700만원)으로 작은 에어컨 대리점을 차렸다. 이어 대리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1990년 세운 에어컨 전문 도매업체 쑤닝자오가전(蘇寧交家電)이 쑤닝전기의 전신이다.
당시 중국에서는 TV·냉장고·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러나 에어컨은 사치품으로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면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장은 경제성장과 함께 에어컨도 언젠가 각광 받으리라 확신했다.
그는 2000년 대형 종합가전 매장을 본격적으로 경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에서 '체인 매장'이라는 경영방식은 흔치 않았다. 주변에서 우려하는 이도 많았다. 그러나 장은 3년 안에 1500개 매장을 열겠다고 결심했다.
쑤닝은 지난해 1724개 점포에서 매출 938억8000만위안(약 17조원), 순이익 64억7000만위안을 올렸다. 종업원 수만 18만명에 이른다.
쑤닝은 2004년 7월 선전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해 한 단계 도약했다. 29.88위안이었던 상장가는 하루만에 32.70위안으로 뛰어 당시 중국 최고가를 기록했다. 장의 재산은 이렇게 해서 하룻밤 사이 12억위안으로 불었다. 그는 현재 중국 부자 리스트에서 13위다.
장의 성공 비결은 '고객 만족 경영'이다. 제품을 파는 데만 급급하는 게 아니라 고객 만족도와 사후관리에도 신경 쓰는 것이다. 쑤닝은 중국 곳곳에 30개 고급 기술 서비스 센터 등 1800개 서비스 센터를 거느리고 있다. 연말까지 상담 직원 1000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
쑤닝은 지난 6월 18년 전통의 일본 가전업체 라옥스 지분을 51% 인수해 일본 시장으로 처음 진출했다. 지난달에는 중국의 임신·육아 전문 온라인 쇼핑업체 훙하이즈(紅孩子)를 6600만달러(약 720억원)에 인수했다. 급성장 중인 중국 육아용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다.
이제 쑤닝의 목표는 탈(脫)가전이다. 올해 초 장은 쑤닝 뒤에 붙은 '전기'라는 글자를 떼어내겠다고 선언했다. 종합 유통업체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쑤닝이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광저우(廣州)·난징에 '쑤닝 엑스포'라는 이름의 첫 종합 잡화 매장을 오픈한 것도 변신의 일환이다. 쑤닝은 3년 안에 400개 매장을 낼 계획이다.
장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방 중소 도시로도 진출해 오는 2020년까지 쑤닝의 점포수를 현재의 두 배인 3500개로 늘리는 게 목표다. 이어 홍콩·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는 물론 미국·유럽 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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