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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의 좌충우돌 대선雜記]국민들이 그거 하라고 했소? 정책-경제-미래, 이런 건 다 어디 갔는지···

시계아이콘02분 32초 소요

박정희 먼지 털고··· 노무현 들춰내고··· 과거사 싸움하느라 요즘 바쁘시죠


[김헌태의 좌충우돌 대선雜記]국민들이 그거 하라고 했소? 정책-경제-미래, 이런 건 다 어디 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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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이 진위인지를 둘러싼 공방에 이어 이제 정수장학회 사회헌납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나는 국가안보를 둘러싼 논쟁이고, 또 다른 하나는 독재통치에 대한 역사인식의 문제이므로 두 가지 모두 그 의미는 가볍지 않다. 한편 또 두 사안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바로 '과거사'다.

최근 추세를 보면 보수와 진보 한 쪽의 정치세력이 한 번만 집권하고 정권교체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당장 직선제 이후 우리 정치사를 보면 보수정권인 노태우, 김영삼 정부에 이어 민주정권인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집권한 후 다시 이명박 정권이 등장했다. 연임이 가능한 미 대선에서도 클린턴, 부시 전 대통령처럼 4년 동안 두 번, 즉 8년의 임기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 내각제인 영국도 근래에는 한 번 정권을 잡으면 보수당, 노동당 모두 10년 이상 장기집권을 했다. 그런 측면에서만 보면 원래 이번 대선은 새누리당 정권이 더 유리한 선거였다. 이렇게 한 정치세력이 대개 2회 이상 집권에 성공하는 이유는 국민이 안정을 선호하고, 현직 대통령의 '현직효과(incumbency effect)' 때문이기도 하지만, 패배한 진영이 전열을 정비하고 새로운 정책노선을 준비해 그에 걸맞은 지도자를 배출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여당의 박근혜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 그리고 바로 5년 전 정권을 뺏긴 야권이 정권교체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된 것은 그야말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민심이반으로 설명될 수 있다. 즉, 한 번의 집권으로도 보수진영은 어지간히 국민의 미움을 샀다는 얘기이다. 대신 이를 뒤집어 보면 야권의 우위는 스스로의 경쟁력보다는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을 거두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의 여당 후보에 대한 경쟁우위는 확실치 않은 대신, 제3후보인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서만 뚜렷한 승리구도가 나오는 것이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야권은 근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과 함께 정책오류의 극복과 대안제시를 통해 선거구도를 짜야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역시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하면서 여론의 요구가 모아지고 있는 복지와 경제민주화 등의 장을 선점해야 했던 선거였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NLL과 정수장학회 논란은 두 후보를 과거사에 발을 묶어 놓는 측면이 있다. 물론 정수장학회 논란은 박근혜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퇴행적 역사인식을 노출시킨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적지 않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과거사를 둘러싼 두 후계자 간의 논쟁 구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권자를 구경꾼으로 밀어낼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사실이 밝혀질지조차 알 수 없는 진실게임의 성격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무엇보다 국민들 자신에게 당장 급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어느 순간 국민들은 이러한 구도를 '이전투구', 즉 정쟁이라는 시선의 틀로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개 유권자들은 미디어가 보도하는 사건의 사실관계 자체에 주목하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가진 기존 해석의 틀로 세상을 보게 되는데 이를 '프레임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한다.


문제는 '과거사'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지는 사이 증발하는 것은 국민의 '당면요구'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갖가지 불만들, 즉 재벌을 중심으로 한 승자독식의 강화, 전셋값 파동을 포함한 물가불안과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의 실패, 노동탄압, 4대강 정책의 문제, 나아가 복지의 재원마련 등 국민의 관심이 모이는 굵직한 민생현안들은 대선판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거 이벤트를 둘러싼 공방은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 먼저, 제3후보인 안철수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유권자들을 결집시켜야 하는 안철수 후보 역시 이 같은 쟁점에서 한 발 비켜나면서 '미래'를 얘기할 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반면 민주당은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자신의 영토 한참 바깥에서 싸우며 결과적으로는 쓸데없이 과도한 전력을 소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총선에서 총리실 사찰을 둘러싼 공방에 휘말리며 그야말로 작금의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부문의 전선을 잃어버린 것은 총선의 패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 한국민들의 분노가 조직화되는 지점은 정치적 민주화가 아니라 경제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 이정현 의원이 부일장학회 설립자의 행적 등을 비판하면서 이를 진실게임의 성격으로 유도해 나가는 이른바 '물타기'를 적절히 해내면 모를까, 자신의 외연을 넓히고자 했던 전략은 물 건너 간다. 반면 국민들로 하여금 이를 '정쟁'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면 고정 지지층이 두터운 박 후보로서는 오히려 상대적 이익을 거둘 가능성도 있다. 결국 또다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정말 알고 싶은, 또 알아야 할 자신들의 일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얘기를 듣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대선에 대한 무관심을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투표율의 하락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결국 NLL 공방과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두 명의 후계자들의 이전투구에서 사라져 가는 것은 국민의 삶, 민생의 미래이다.






김헌태 정치평론가ㆍ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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