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복지 외치며 구체적인 증세 방안에는 뒷짐
朴측 김종인, 부가세 인상 카드 황급히 내려..
安측 홍종호 "증세만이 복지 재원 마련 위한 대안이라는 생각 버리기로"
文측 이정우 "증세 논의 회피는 비겁.. 종부세가 가장 좋은 세금"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18대 대통령 선거의 최대화두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다. 누가 대통령이 되도 증세(增稅)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은 장밋빛 복지공약을 뒷받침할 재원 확보책인 증세 방안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 공연히 싫은 소리로 표를 깎이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복지공약을 쏟아낸 후보들이 조속히 구체적인 증세 방향을 마련해 그 차이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세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더 거둘지, 어떻게 거둘지에 대한 방법의 차이는 국민이 차기 대통령을 선택할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김종인 "당장 증세하자는 것 아냐" 홍종호 "조세·재정개혁 통한 재원 확충 먼저"
이에 최근 각 대선후보의 '경제브레인'은 최근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렸지만 여론의 역풍이 불 조짐을 보이자 황급히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지난 16일 "부가가치세는 35년간 10% 세율이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상태"라며 부가세 인상을 시사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하루 만에 "부가세 세율을 올리자는 게 아니라 면세 대상 등을 조정하자는 얘기"라며 "지금 당장 증세를 전제로 얘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차기 정부를 구성하면, 그때 가서 필요하다면 예산구조와 세제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는 의미"라며 소위 '표심'에 도움되지 않는 증세를 앞장서 꺼내는 일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안철수 캠프에서 혁신경제포럼을 총괄하고 있는 홍종호 서울대 교수는 18일 "내년 국내외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증세만이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대안이라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증세 카드를 꺼내기 전에 조세 및 재정개혁을 통한 재원 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캠프 내 원칙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유민영 대변인도 19일 "추가적인 세수가 필요하다면 증세를 고려하되 그 기본방향은 철저한 국민적 합의와 사전 동의 아래 미래세대를 보호하는 방식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해 당분간 증세 카드를 꺼내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안 후보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보편적 증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증세 없는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키로 결정한 것이다.
文, 부자증세 천명.. 민주당과 재계 반발 극복이 관건
가장 분명하게 증세에 대한 입장을 밝힌 쪽은 문재인 캠프다.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최근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대선 후보들이 증세 논의를 회피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태도"라며 조만간 증세 논의를 시작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 "종합부동산세가 (세수 확대에) 가장 좋은 세금"이라며 종부세 카드도 다시 꺼내들었다. '부자 증세'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는 내년도 경제 상황을 고려해 세금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해 증세 논의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지난해 "새로운 세금 신설은 없다"고 강조하며 '세금 신설 없는 33조원의 재원 조달'을 뼈대로 한 보편적 복지 재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재계의 강한 반발도 부담이다. 전경련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복지확대는 현재의 수혜를 담보하기 위해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부분이 있다"며 "세 후보의 공약이 상대적으로 성장이나 과실을 만드는 부분은 적은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세 후보가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가 일자리 창출 부분 등과 충돌하는 지점을 해소해야 국민의 신뢰와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국민들에게 재벌개혁과 일자리 창출, 복지확대와 증세는 상호모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정책과 정책이 부딪치는 부분을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국민들이 세 후보의 정책을 신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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