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부한 계약·중도금 돌려달라" 3배나 늘어
분양가 아래로 시세 빠지며 환급요청 급증
계약자, 분양이행-환급이행 중 선택 가능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주택시장의 장기 침체국면 속에서 아파트 계약자들은 시공사 부도 등으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미리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돌려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보다 시세가 하락하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시세차익을 실현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지난 2007년 3월부터 분양계약자들이 '분양이행'과 '환급이행'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되고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환급이행을 선택하는 계약자들이 늘고 있다. 분양이행은 보증이행기관인 대주보가 대체 시공사를 찾아 입주를 하도록 공사를 진행해달라는 주문이며 환급이행은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되돌려받겠다는 요청을 뜻한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07년 분양이행 5건, 환급이행 15건을 기록했다. 2008년에는 분양이행과 환급이행이 각각 12건, 18건으로 같은 추세를 보였다. 사고사업장이 많았던 2009년에도 분양이행 12건, 환급이행 35건을 기록하면서 환급이행이 3배 가까이 많았다. 올 10월 현재 분양이행 3건, 환급이행 2건으로 분양이행 수가 앞서고 있지만 현재 11건이 처리 방법에 대해 논의 중에 있어서 환급이행 수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망이다.
지난 2007년 3월 분양보증 약관 개정으로 사고사업장의 공사를 마무리 하는 '분양이행'과 계약금·중도금을 환급받는 '환급이행' 중 분양 계약자 3분의 2가 찬성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러한 경향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가격 하락이라는 악재까지 더해졌다.
계약자에게 이행방안 선택권이 없었던 지난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사고사업장의 분양이행은 562건, 환급이행 137건이었다.
대주보 관계자는 "2007년 이전까지는 대주보가 실사를 거쳐 분양이행과 환급이행 중 하나를 선택했다"면서 "분양계약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약관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자들 3분의 2가 찬성하면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약금·중도금 전액을 돌려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31일부터 분양대금 환급이 시작되는 고양 식사지구 '위시티블루밍'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단지는 지난 6월 벽산건설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될 당시 80.02%의 높은 공정률을 보였다.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분양이행을 하면 수개월 내 완공, 입주가 가능한 단지였지만 분양계약자들은(3분의 2 이상) 돈을 돌려받는 환급이행을 선택했다.
위시티블루밍은 155~253㎡ 중대형으로만 구성됐으며 지난 2008년 초 평균 1450만원이라는 입지에 비해 상대적이로 높은 분양가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었다. 이 단지 분양계약자들은 6억7000만~11억원에 계약한 셈이다. 하지만 분양가 보다 인근 시세가 하락하면서 분양계약자들은 입주도 하기 전에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하자 시공사의 부도를 계약금·중도금 환급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소장은 "일각에서는 부도덕 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분양계약자 입장에서는 사고사업장이라는 이미지를 안고 입주하는 게 꺼려질 수밖에 없다"면서 "입지, 가격, 전체 부동산 시장 등을 고려해서 분양이행과 환급이행 사이에서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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