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김용 세계은행(WB) 총재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모든 국가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15일 김용 총재는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2층 에머랄드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한이 세계은행 회원국은 아니지만 빈곤을 하루속히 벗어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이날 정부가 WB에 출연하기로 한 9000만달러 규모의 협력기금이 대북지원에 사용될 일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용 총재는 WB가 북한 요청이 있을 시 지원의사가 있다고 밝혔는데 이 기금이 북한지원에 쓰일 수도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기금은 세계은행 회원국에만 지원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북한은 받지 못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12일 국제통화기금(IMF)과 WB과 공동으로 개최한 연차총회에서 황세자를 '임페리얼 하이니스(황세자)'로 말하지 않고 '로열 하이니스(왕자)'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단순한 말실수'였다고 밝혔다. 그는 "공식적인 영문표현은 '임페리얼 하이니스'가 맞다"며 "이번 회의 개최에 도움을 준 일본정부와 국민께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WB 한국사무소가 송도에 설치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인천시장을 통해 인천 송도에 금융허브를 만들고자 한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설립지는 아직 논의 중이고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다음은 일문입답.
▲1997년 금융위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있나
- 두 가지를 분명히 기억한다. 먼저 일자리의 중요성이다. 당시 가족에게 소위 '잘렸다'는 얘기를 차마 하지 못한 남성들이 정장차림 그대로 집을 나와 공원을 배회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2013년 연차총회보고서에도 나와 있지만 일자리는 소득을 넘어 개인의 자존감과 연관돼 있고 사회적 결속감과도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금 모으기 운동이다. 이를 통해 당시 10억 달러 가량의 기금이 마련됐던 일이 인상깊다.
▲15년전(1997년 금융위기)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한국이 전할 수 있는 위기극복 메시지는
- 두 가지 교훈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일자리가 중요한 만큼 민간부문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위기상황일수록 신속한 조기대응이 필요 하는 점이다. 한국처럼 국민이 자신의 금을 내놓을 정도의 결속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한국의 대북지원사업이 지난 몇년간 중단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일단, 개별국가 간의 정치적 관계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하지 않겠다. 다만 북한이 현재 많은 국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북한이 세계은행 회원그룹이 아니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인도적인 어려움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길 바란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모든 국가가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세계은행은 북한 요청이 있을 시 지원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지원을 할 때 정권변화 등 대북지원 전제조건이 뒤따르나. 더 나아가 오늘 발표한 9000만 달러 협력기금이 북한 지원에도 사용될 수 있나
- 북한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버지가 열 입곱살 때 피난을 내려왔기 때문이 아닐 까 생각한다. 지금도 아버지 가족 중 일부가 북한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들으면 맘이 아프지만 아직 세계은행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협력기금은 세계은행 회원국에만 지원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북한은 받을 수가 없다.
▲IMF-WB 연차총회때 황세자를 두고 임페리얼 하이니스라고 하지 않고 로열 하이니스(왕자)라고 언급했다.
-단순한 말 실수였다. 공식적인 영문표현이 임페리얼 하이니스가 맞다. 연차총회를 개최해 준 일본정부와 국민께 사과 드리고 싶다. 일본정부는 방문기간 동안 쓰나미가 강타한 센다이 지역도 갈 수 있도록 해줬다. 어려운 재난을 겪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도움을 약속한 일본 정부의 배려에 감사를 느낀다.
▲센다이 지역은 여전히 원전관련 분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현재 세계은행은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원전에는 지원하고 있지 않다. 국가 당 에너지 수요를 맞춰야 하고 기후변화에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균형잡힌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때문에 UN과 함께 만든 '모두를 위한 에너지 구상'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에너지 관련 지원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
▲연차총회에서도 기후변화 발언을 했다. 한국이 다른 나라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 저도 과학자로서 기후변화 관련 자료를 꾸준히 보고 있다. 과학계 내부에서는 기후변화는 거역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에 합의를 하고 있다. 1년 전만해도 의견합치가 없었는데 현재는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의 97%가 같은 의견이다. 기온이 상승할 시 펼쳐질 시나리오는 정말 무섭다. 신속하게 대응하고 큰 행동으로 맞서지 않으면 우리는 큰 세계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때문에 한국정부가 현재 보여주는 녹색성장 정책은 굉장히 고무적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현재 한국사무소 유치지역으로 송도를 밀고 있는데 총재 생각은 어떤가.
- 인천시장을 통해 인천 송도를 금융허브로 만들고자 한다는 얘기를 듣긴 했다. 하지만 어디에 설립할지는 현재 논의 중에 있고 아직 결정된 사항은 전혀 없다.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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