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실경산수화의 맥을 이어온 한국화단의 원로일 뿐만 아니라 월전 장우성 생전에 50여 년 간 끈끈한 사제관계를 지속하며 월전미술관의 건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 창운(蒼暈) 이열모(李烈模, 1933∼)화백의 팔순기념회고 ‘자연에 취한 한세상’展이 열린다.
화백은 한국의 전통산수화가 현대화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1960년대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50여 년간 한국의 실경산수화를 독자적인 방식으로 개척해왔다. 현장에서 밑그림을 그린 뒤 화실에서 작품을 마무리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사생 현장에서 직접 붓과 화선지로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은 당시 처음 시도되었으며 이후 한국화단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팔순을 기념하는 시의성에 따라 수십 년에 걸친 그의 예술세계를 돌아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1970년대부터 2012년까지 75여점의 작품들을 선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작가의 맥((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화백은 “좀 더 많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었으나 중요한 것은 남의 손에 있는 작품이 많아 모두 빌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는 작품은 빌려와 전시에서 관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연이 주는 감동에 순응하는 그림을 그린다”는 그는 “나의 정신적 배경은 유교적 전통과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영향으로 받은 기독교적 윤리관이다. 근검절약이 몸에 밴 선비적인 삶을 몸소 실천하신 아버님은 시조를 좋아하셨는데 그런 영향인지 나도 한국적 풍류를 체질적으로 물려받아 삶 속에 묻어 있다”고 밝혔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여행과 독서와 음악을 좋아하는데 작업할 때 말러 교향곡과 특히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바흐 첼로 무반주곡 등을 즐겨듣고 음악과의 정신적인 충만한 교감을 즐긴다”라고 했다.
“사생은 생의 모든 것을 함축한 인생노트인 셈이다”는 화백은 “노자의 무위 사상을 좋아한다. 이 또한 소박한 사상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아울러 장자의 구만리를 날아가는 새가 있듯이 광대무변한 탁 트인 초현실적 세계의 철학이 매력 있고 이 둘을 동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화가 창운 이열모〈Changwoon Lee Yul-mo〉 작가는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미대 회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와 하워드대학원에서 회화 전공했다. 성균관대 사범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을 역임했다. 동산방(서울), Vision Art Hall(미국 LA) 등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한편 화백의 이번 아홉 번째 개인전은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한벽원미술관(서울 월전미술관)에서 18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02)732-3777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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