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업불황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업체가 많은 가운데 이들의 불공정행위로 연쇄적인 경영난을 겪는 하도급업체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로 원사업체인 종합건설업체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해 원금부담을 고스란히 하도급업체에 떠넘겼다는 것.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종훈의원(새누리당)은 "경영난을 겪고 있던 종합업체 대부분이 4~6개월 만기 외담대를 발행한 후 전격적으로 법정관리(워크아웃)를 신청해 하도급업체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법정관리를 신청한 벽산건설 등 6개 건설업체 때문에 하도급업체들은 약 1조원 이상의 피해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외담대는 변형 담보대출상품으로 건설업에서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게 공사대금을 어음(외상매출채권)으로 지급하면 하도급업체는 그 어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만기 시 원사업체가 대출금을 상환한다. 그러나 원사업자가 대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원금은 대출을 받은 하도급업체가 대신 갚도록 돼 있다.
김종훈 의원은 "원사업체는 신용 상 불이익만 받으면 되지만 하도급업체는 대출연체자로서 신용불량업체에 등록돼 금융거래가 정지되고 입찰자격을 상실하는 등의 이중고를 겪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피해가 잇따르자 은행연합회는 금융위원회 등과 공동으로 원사업자 제재발안을 마련해 2009년 12월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사항이 없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일부 기능을 이관해 건설용역하도급개선과를 신설하고 이 같은 불공정 행위들을 직권조사하고 있지만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합업체가 설계변경 시 추가공사에 대한 하도급대금을 반영하기로 하고 구두로 추가공사를 지시한 뒤 변경계약서를 지급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하도급업체는 추가 비용을 증명하지 못해 하도급 대금 추가분을 받지 못하고 적자시공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외에도 ▲하도급자 선정 입찰 시 초저가 하도급을 유도 ▲야간작업, 산재처리 등 시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부담항목을 포괄적으로 명시해 추가비용을 하도급업체에 전가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원사업자에 유리하게 수정, 변경하는 등 원사업자의 불공정한 관행을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필요하다"며 "원사업자가 자신의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특약을 설정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표준계약서 사용 확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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