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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일이 있다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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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강세호 실버피아 발행인

은퇴 후 일이 있다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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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여년간 IT전문가의 삶을 살다가 은퇴한지 어느덧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은퇴하고 나면 놀 시간도 많고, 못했던 일들을 해보고,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만나 보고…. 그야말로 여유를 한껏 누릴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은퇴 후 삶이 현역으로 업무일선에서 뛸 때보다 더 바쁘기만 한 것 같다. 그간 짬짬이 주말 시간을 내서 도와주던 노인요양시설 운영을 직접 맡아 일하면서, 지금은 노인복지시설의 경영자와 실버피아라는 노인전문경영잡지 발행인으로서 나름의 제2인생을 살고 있다. 흔히 말하는 인생 이모작의 후반전이 시작된 셈이다.

마치 축구경기에서 전반전을 마치고 하프타임에서 잠시 쉰 뒤 다시 새롭게 후반전을 시작하는 분위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전반전에 좋은 점수를 낸 팀이라면 다소 여유 있는 마음으로 후반전을 맞이할 것이고, 전반전 점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팀의 경우에는 새로운 각오와 긴장으로 후반전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상황이 될 것이다. 나의 전반전 점수는 과연 어땠을까?


지난 10여년간의 조력자의 위치에서 노인의 세계를 바라볼 때와 지금처럼 현장에 직접 참여하며 노인의 세계를 접할 때는 하늘과 땅 정도의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상에 앉아 노인복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노인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겪는 애로와 고통이 무엇인지, 밤새 아픈 어르신을 수발하며 가슴 졸이는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의 고충을 제대로 알고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인지? 그들이 진정으로 월급을 받기 위한 직업 때문에 그 일들을 선택했다면, 일주일도 되지 않아 그 직장을 떠났을 것이다.

노인복지라는 새로운 제2막의 후반전을 맞이하면서 충격을 받은 것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바쁘고 지친 나머지, 새로운 법이 바뀐 것도 모르고, 무엇을 새로 해야 할지도 모르고, 또 잘못하면 무슨 처벌을 받게 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어르신의 아픈 상처를 아우르고, 기저귀를 가는 일만 순진하게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간혹 혹독한 행정의 칼날이 그들의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스치고 지나가면 사업정지나 과다한 벌금으로 또 한 번의 큰 상처를 받게 된다. 반면 보건복지부 등 노인복지 정책 수립 부서나 집행기관인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장기요양보험 사업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공익적 목적의 자유재량이라고 어물쩍 넘어가곤 한다.


이러한 아픔을 아우르기 위해 인생 이모작의 중요한 시점에 실버피아라는 노인전문잡지를 직접 만들게 됐다. 어르신 모시기에 너무 바쁜 일선 현장의 사람들에게는 수시로 바뀌는 법규나 규정들을 발 빠르게 알려 주고, 시설 운영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며, 또한 공권력의 모순과 지나친 통제에 제동을 거는 시민감시단의 역할을 해보겠다는 순진한 마음이 잡지 창간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하게 만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십시일반 노인복지 시설 운영자들이 작은 힘들을 모아 우리나라의 바른 노인복지를 실천하려는 시도로 ‘바른노인복지실천협의회’가 새롭게 출범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협의회를 출범하고 가장 바라는 것은 오는 12월 19일 치러질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인복지 문제가 정식으로 심층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는 어느 후보도 제대로 된 노인복지 공약을 내걸지 않는 것만 같다. 대선 후보들이 노인 유권자 수가 적고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노인정 몇 번 방문하는 정도로 노인복지 문제를 홀대한다면 그것은 정말 심각한 일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해있고 65세 이상 인구가 6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차제에 노인복지에 대한 개념을 대통령 후보들이나 해당 정당에 확실하게 상기시켜 주고 싶다. 모든 노인과 노인을 모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급적 대통령 선거에 참여해 노인복지문제에 대해 올바른 정책과 인식을 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모든 민간 노인복지사업자들이 원칙을 지키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화노력을 하는 동시에 보건복지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앞뒤 안 맞는 모순적 정책과 집행에 대해 정확한 검증과 조사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른 노인복지실천이란 나부터 잘하고, 다른 사람도 함께 참여하도록 계몽하는 실천 전략에 다름 아니다.


인생2막의 후반전에 왜 수익사업도 아닌 일에 앞장서느냐고 말리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그렇게 묻는 친구들에게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전반전의 인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냈듯이 인생 후반전에는 욕심을 버리고, 보람 있는 일을 통해 더 큰 행복을 느끼고 나누기 위해서”라고….


강세호/現한국유니시스 지사장. <실버피아> 발행인. 前한국소프트창업자문, 유니텔 대표이사, SE대표이사 역임.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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