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고심 끝에 내린 내부승진. 계승의 색깔은 미미하다. 오히려 혁신에 가깝다. 정상권 진입을 목표로 둔 넥센 히어로즈의 또 다른 도전이다.
넥센 구단은 9일 염경엽 작전·주루코치와 3년간 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 등 총 8억 원에 감독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구단은 새 감독상을 명확히 밝혔다. 대전제는 세 가지. ‘팀 체질 개선을 이끌 지도자’, ‘젊고 역동적인 감독’, ‘공부하는 야구인’이다.
44세인 염 감독은 요소를 두루 갖췄다. 우선 팀 체질을 잘 안다. 1991년 태평양 돌핀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0년 넥센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이후에는 다양한 보직을 소화하며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현대 운영팀 과장, 수비코치, LG 운영팀장과 스카우트 등을 차례로 맡았고 올 시즌 넥센에서 작전·주루코치를 담당했다. 선수들의 면모나 구단의 시스템을 꿰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그는 필기를 생활화한다. 상대 팀을 꾸준히 분석, 지난 시즌 팀 도루 꼴찌(99개)였던 넥센을 1위(179개)에 올려놓았다.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는 부합되는 다양한 요소들이 선수단의 소통과 관리에 탄력을 줄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10일 오전 가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염 감독 선임으로 발전과 안정을 동시에 노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약속했다. 노리는 토끼는 세 마리다. 성적 상승과 구단의 발전, 그리고 프로야구의 새 지평 마련이다.
다음은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와의 일문일답
아시아경제(이하 아경) 다소 파격적인 인사다. 새 사령탑에 염경엽 작전·주루코치를 선임했다.
이장석(이하 이) 현 구단 상황에 가장 잘 필요한 지도자라고 생각했다. 긴 고민 끝에 선수단을 맡기기로 했다.
아경 모험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데.
이 어떤 결정이든 리스크(risk)는 따르기 마련이다. 염 감독을 100% 믿고 지원하겠다.
아경 구체적인 선임 배경이 궁금하다.
이 미래 감독상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은 관리다. 성적을 좌지우지할만한 요소다. 특히 우리 구단은 올 시즌 드러났듯 모멘텀(Momentum)을 죽이지 않고 유지하는 힘이 필요하다. 염 감독은 그 적임자였다.
아경 염 감독을 눈여겨본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소통이다. 감독에게 요구되는 항목은 숱한 경험, 카리스마 등 다양하다. 우리 팀은 창단 첫 해 한국시리즈 우승 유경험자(이광환, 1994년 LG)를 영입했다. 이후에는 좋은 리더십의 소유자(김시진)을 데려왔고. 선수단이 발전을 거듭하려면 또 다른 차원의 감독이 필요했다. 안정까지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인물. 결론은 염 감독이었다. 소통과 관리 두 측면에서 모두 잘해낼 것이다.
아경 9월 말 서울 시내 호텔에서 염 감독과 인터뷰 겸 1차면담을 가졌다. 어떤 점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나.
이 듣고 싶었던 답변들을 내놓아 새삼 놀랐다. 자신만의 야구 철학을 소신껏 밝히더라. 내민 계획을 실천한다면 구단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말보다 중요한 게 실천인데, 이 역시 믿을 만했다. 우리 구단 소속이라 동향을 쉽게 파악했는데, 전체적인 생활 습관이 성실했다. 많은 지원을 한다면 선수, 코칭스태프, 프런트의 삼위일체를 이룰 것이라 내다봤다.
아경 염 감독으로 마음을 굳힌 건 언제였나.
이 열흘 전이다. 물론 그 이전에는 긴 고심이 있었다.
아경 외부의 여러 인사들을 모색했는데.
이 스포츠단의 성적은 두 가지로 나뉜다. 겉으로 드러나는 리그 순위와 비즈니스다. 개인적으로 후자를 전자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긴다. 적잖은 관계자들이 감독을 독야청청한 자리로 알고 있다. 그라운드만 집중하면 되는 독립된 보직으로 떠올린다. 내 생각은 다르다. 감독도 구단 소속의 사람이다. 다르게 말해 팀 성적의 상승은 코칭스태프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다. 프런트까지 하나가 돼 힘을 보태야 한다. 바로 이번 선임에서 헤드코치가 아닌 필드매니저에 초점을 맞춘 주된 이유다. 그라운드의 결과만 생각했다면 헤드코치에 적임자를 영입했을 것이다. 우리에겐 필드매니저가 필요했다. 프런트 경험을 갖춘 염 감독이 현장과 프런트의 힘을 효과적으로 조합해 총체적 합을 끌어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필드매니저를 ‘경기의 흐름을 예상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하는 한편 선수단의 컨디셔닝 포함 소통까지 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라고 정의했다.
아경 벌써부터 코칭스태프 구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 1군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한 권한을 염 감독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면담을 통해 구상하는 그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로서 이를 적극 지원해나갈 생각이다.
아경 염 감독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자유계약선수(FA) 영입도 여기에 해당하나.
이 우리 구단은 ‘큰 손’이 아니다. 이택근과 같은 전략적 영입 때만 FA 시장에 뛰어들어들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오프 시즌에서는 선수단의 약점을 보완할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시급한 건 포수다.
아경 내년부터 우승을 노리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하늘의 운까지 따라줘야 이룰 수 있는 성과라고 본다. 매사 최선을 다하겠다.
아경 올 시즌 넥센은 정규시즌 6위(61승3무69패)에 머물렀다.
이 (성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솔직히 많이 아쉽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30시즌 동안 20승 고지에 선착한 팀이 4강 진출에 실패한 경우는 두 차례뿐이었다. 90경기를 치렀을 때까지도 3위였는데 최종 순위는 6위였다. 효율적인 모멘텀 관리를 그만큼 절실하게 느꼈다.
아경 발전과 안정을 동시에 이루려면 심심치 않게 불거지는 구단 매각설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누구 하나 내 앞에서 인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 모두 설일 뿐이다. 우리 구단은 계속 발전해나가고 있다. 재정이나 팀 전력 모두 그렇다. 이런 구단을 팔아넘기려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경 적잖은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꿋꿋이 넥센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이 운명이자 사명인 것 같다. 나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구단을 운영하지 않는다. 프로야구의 진정한 산업화를 추구한다. 우리 구단의 독립성이 타 구단에 비해 강하다고 자부한다. 많은 분들이 구단의 가치를 운운하며 매각을 거론하는데 고정된 시각을 굳이 돌려놓고 싶지 않다. 그럴 필요도 없고.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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