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 전자산업이 미국 애플의 지배를 받는 하청업체 신세로 전락했다는 한숨 소리가 일본 산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일본의 경제전문주간지 '다이아몬드' 최근호(6일자)는 '일본을 삼키는 애플의 정체'라는 기사를 통해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최고 제품을 만들어온 일본 제조업을 일컫는 '모노즈쿠리(物作り)'가 애플의 지배하에 있다고 성토했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간판기업을 비롯한 일본의 수많은 전자업체가 애플의 부품주문에 기업의 운명을 걸고 있는 '아이팩토리(iFactory)가 됐다는 한탄이다.
애플의 아이폰에 '올인' 하다시피 하는 소프트뱅크 등 일본 이동통신회사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 등 경계론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스마트폰용 카메라에 쓰이는 자동초점 모터를 애플에 공급하다가 도산한 가나가와현의 시코라는 기업은 일본의 첫 애플 도산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애플의 대량 구매를 기대하며 거액을 들여 생산설비를 확충했으나, 애플이 거래처를 바꾸면서 85억엔(약 12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지난 8월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애플은 이회사의 재무상태가 건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동경한 소니도 아이폰 수요에 울고 웃는 아이팩토리다. 소니는 아이폰 카메라 핵심 부품인 이미지 센서를 공급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애플과 거래하는 기업들이 터무니없는 가격 후려치기와 설비투자 확대 압박을 받으면서도 언제 거래가 중단될지 모르는 처해있다고 꼬집었다.
일본 전자부품업체 간부는 "불과 1년전만 해도 애플 공급업체가 아니면 시장에서 평가하지 않는 풍조였지만 지금은 (애플 공급업체라는 것이) 리스크"라고 꼬집었다.
일본 월간지 '센타쿠(選擇)' 10월호는 아이폰5를 이용해 가입자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일본 2위의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소프트뱅크가 무리하게 아이폰5 이외의 스마트폰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형태가 정상은 아니라고 질타한 것.
소프트뱅크 경쟁사인 KDDI의 한 간부는 "아이폰5는 마약과 같은 존재"라며 아이폰이 실패하면 소프트뱅크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센타쿠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3의 판매 호조와 갤럭시노트2의 혁신성,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8 출시 등으로 아이폰 '마약'의 약효가 떨어지고 있지만 소프트뱅크만 변화의 조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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