댜오위다오 분쟁으로 반일감정 극에 달해…일 국채 매도로 경제보복설 제기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이 극에 달했다. 일본기업과 상품을 타깃으로 시위를 벌이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진압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일본 국채 매도로 경제보복의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제제재의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 내에서 크고 작은 반일 시위가 이어졌다. 일본이 센카쿠열도를 국유화한 이후 시위는 더욱 거세졌으며 특히 만주전쟁이 일어났던 9월 18일을 전후로 해서 일본기업과 일본상품 등을 타깃으로 한 폭력시위가 일어났다.
일본기업인 저스코의 상점 유리창이 시위대로 인해 부서지고 칭다오에서는 일본 공장에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으며 유니클로, 세븐일레븐과 같은 일본 상점은 물론 애꿎은 중국인 소유 일본 음식점과 일본산 차량까지 시위대의 타깃이 됐다. 특히 일본과 크게 관련도 없는데 일본 브랜드 차량을 운전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인 운전자가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생기면서 많은 일본차 소유 운전자들이 차량 브랜드를 가리거나 외출을 꺼리기도 했다. 일부 일본 차량 소유 중국인 운전자들은 ‘차는 일본차지만 마음은 중국인’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기도 했다.
발 빠른 상인들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하트 모양이나 중국 오성홍기 모양으로 만들어진 스티커에 이와 같은 문구를 새겨서 1000원에서 2000원 정도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일본차 소유자는 ‘일본이 말썽피우기 전에 산 차입니다. 앞으로는 일본제품 불매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붙이고 다녀서 인터넷에 이를 찍은 사진이 올라오는 등 네티즌들에게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일제 자동차를 소유한 한국인 등은 일본인으로 오해를 살까 자동차를 커버로 가리거나 외출을 자제했다.
반일 시위가 폭력 시위로 변질되면서 다소 뒷짐 지고 있는 듯이 보이던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시위 진압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광둥의 선전시의 경우 반일 시위에서 차량 파괴, 상점 습격 등 폭력 행위가 빈발하면서 공안당국이 인터넷을 통해 폭력시위 용의자 20명의 사진을 공개 수배했다. 산시성 시안시의 공안도 일본 차량의 중국인 운전자를 폭행한 용의자 수배에 나섰다.
이외에도 칭다오, 광저우 등도 폭력행위를 한 시위자를 엄벌하겠다고 공표했다. 시민들도 폭력시위 근절에 나서 많은 사람들이 시위 현장 인근에서 ‘폭력시위 반대’라는 팻말을 들고 평화시위를 할 것을 유도했다.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 비폭력 시위에 대한 지지가 확대되면서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이 ‘폭력은 정의가 아니다’라거나 ‘폭력반대, 이성적으로 애국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시위대에 의해서 뭉개진 화단을 정리하거나 쓰레기를 치우고 물을 나눠주는 등 자발적 행동을 통해 한결 높아진 시민의식을 보여주면서 폭력 시위를 막는데도 한몫했다. 시위나 집회를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중국에서 전국 단위로 산발적인 시위가 일어난 것에 대해서 정권 교체를 앞둔 정부가 시선 돌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반일 시위에 대한 방임을 통해 국내의 시선을 돌리는 동시에 일본에 대한 압박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으려했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은 자본주의나 미국 등의 명확한 적대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공공의 적을 만들어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것도 정부가 시위를 방임한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일부 반일 시위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는 등 반정부 시위로 확산될 것에 대한 우려로 서둘러 폭력 시위를 막겠다면서 진화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의 일본에 대한 경제적 제재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은 경제제재의 일환으로 일본 국채를 매도해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밝혔으며 미국의 CNBC도 중국이 일본 국채를 매도하는 경제보복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이 일본 국채를 사들인 것은 위안화 가치의 상승을 막기 위한 것으로 미국 국채를 꾸준히 사들인 것과 같은 논리라며 국채 매각 보복설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국채 등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투자 상품이 아닌데도 중국이 계속 사들인 것은 위안화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매각하면 위안화 절상이라는 문제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양국의 무역관계가 긴밀하게 얽혀있는 만큼 경제보복으로 인해서 양국이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는 분석이다.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무리수를 두어 가뜩이나 주춤해지는 중국 경제를 어렵게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중국의 대표 브랜드들
'아침햇살(晨光)’로 필기하는 학생들
한국의 학생들에게 모나미 볼펜이 필수품이라면 중국의 학생들에게는 M&G쳉광(晨光) 볼펜이 그런 존재다. 중국 문구 시장의 약 38%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 최대 문구업체인 M&G는 한국의 문구 브랜드 모닝글로리와 비슷한 이름으로 한국 제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쳉광이라는 이름 자체가 아침햇살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다 M&G라는 영문이름은 모닝글로리의 첫 글자를 딴 듯한 느낌이다. 한국의 시장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은 듯 M&G측은 한국을 비롯해서 독일 등의 기계를 도입해서 제품을 생산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디자이너를 포함한 인터내셔널 디자이너들로 팀을 꾸렸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1997년 상하이에서 출발한 M&G는 볼펜, 젤리펜, 마커, 노트 등을 주력 상품으로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중국 문구 시장의 왕좌에 올라섰다. 매달 약 9000만개의 펜과 9000만개의 리필제품을 생산하며 약 4~5개의 신규 상품을 매달 선보인다.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태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의 아시아는 물론 폴란드 등 유럽지역, 이스라엘, 이란 등의 중동 지역까지 영업망을 갖추고 수출에도 치중하고 있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inchunghan@gmail.com
뉴욕공과대학(NYIT)의 중국 난징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중이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경영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코노믹 리뷰 박지현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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