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약 15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브라질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FX-2) 기종 선정이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라팔(Rafale)’ 전투기의 사업 수주를 확신했던 프랑스 다소(Dassault)에는 날벼락이 된 반면 F/A-18을 제시했던 미국 보잉에는 역전의 기회가 더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브라질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차세대 전투기 선정을 2013년 중반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브라질 공군은 지난 2007년부터 신형 전투기 36대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사업 규모는 대당 최소 40억 달러 이상이다. 세계 주요 항공산업체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신흥국 신무기도입 중 최대 규모 계약이 될 이번 사업에 눈독을 들여 왔다. 브라질 공군은 다소의 라팔, 보잉의 F/A-18, 스웨덴 사브의 ‘그리펜NG’를 최종 후보로 놓고 저울질해 왔다.
올해 초만 해도 브라질 정부가 프랑스의 라팔을 최종 선택할 가능성이 유력해 보였다. 브라질 측이 기술이전 등의 측면에서 라팔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프랑스에서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양국간 국방협력 강화 필요성을 적극 피력하며 브라질 측을 설득해 왔다. 최근 인도 공군의 전투기 126대 도입 사업에서 라팔이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제치고 최종 낙점된 것도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들었다.
브라질 정부의 이같은 연기 결정에는 최근 보잉이 브라질 항공기메이커 엠브라에르(Embraer)와 손잡은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호세프 대통령이 이번주 국제연합(UN)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비공식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중요한 배경이었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정된 예산 문제가 결정의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라팔이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었다. 호세프 대통령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공공부문 노조들의 전국단위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세계 경제의 침체 위기로 지출을 줄여야 하기에 막대한 국방비가 부담스럽다.
보잉의 F/A-18에 대해서는 가격과 성능이 모두 만족스러웠지만 미국 측이 기술 이전에 미온적이라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보잉은 지난 7월 브라질 측에 폭넓은 기술이전이 가능함을 적극 나타내기도 했으며, 엠브라에르와 협력관계를 맺고 브라질산 경공격기에 무장시스템을 공급하거나 수송기 공동개발에 나서는 등 브라질 정부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관계자들은 “앞으로 몇 달 안에 무게추가 보잉 쪽으로 더 기울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브라질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주요 강국 부상을 꿈꾸고 있다. 이번 차세대 전투기 선정 결과는 향후 브라질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 설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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