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말레이시아 버자야 그룹의 탄스리(陳志遠) 전 회장(60)은 최근 한국에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김보경이 그가 소유한 영국 프로축구 구단 카디프 시티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탄이 2부 리그 소속 카디프 시티를 인수한 것은 2010년이다. 이후 투자 확대로 1부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 진입을 시도하던 중 김보경에게 눈돌린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재계 순위 6위의 재벌 기업인 버자야를 맨몸으로 일군 그는 재산 규모가 13억달러(약 1조4548억원)에 이르는 말레이시아 제9의 부자다.
말레이어로 '성공'을 뜻하는 버자야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유럽 등지의 호텔ㆍ리조트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동남아시아ㆍ몰디브ㆍ세이셸제도에 20여개 호텔ㆍ리조트ㆍ쇼핑몰을 건설한 버자야의 자회사만 100개가 넘는다. 연간 매출 규모 3조7000억원에 직원 1만6000명을 거느리고 있다.
버자야가 운영하는 콸라룸푸르의 버자야 타임 스퀘어는 단일 건물로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크다. 탄은 골프ㆍ리조트ㆍ도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을 일궈냈다. 하지만 1980년대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점원과 보험 에이전트로 일했다. 그는 화상(華商) 집안 출신으로 어린 시절이 유복하지 못했다.
탄이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것은 1982년부터다. 당시 말레이시아 맥도널드 프랜차이즈를 확보한 것이다. 이어 1985년 정부가 민영화한 스포츠 토토를 인수하면서 재벌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그는 말레이시아 정부와 맺은 밀접한 관계를 바탕으로 사업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는 마하티르 모하메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 집안과도 가까웠다.
버자야는 한국에도 투자 중이다. 버자야는 2조4000억원으로 오는 2015년까지 제주도에 버자야 제주 리조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호텔ㆍ콘도ㆍ쇼핑몰ㆍ카지노로 동남아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탄이 돈 버는 데만 관심 있는 것은 아니다. 기부와 자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탄은 지난 2월 23일 사업에서 손떼고 아들 로빈 탄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뒤 기부에 몰두하고 있다. 다른 재벌들이 은퇴를 주저하는 것과 달리 탄은 다소 이른 60세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 덕에 기부활동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는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며 "성공한 지금 운이 따르지 않은 다른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모든 재산과 물질이 신의 것이며 우리는 관리자일 뿐"이라는 말로 자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힘이 닿는 한 기부와 자선을 계속할 생각이다. 금융위기도 그의 기부 행보를 막지 못했다. 그는 되레 어떻게 하면 더 기부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는 요즘 말레이시아인들의 영어 실력 향상에도 관심이 많다. 영어가 교육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말레이시아 곳곳에 조성된 'SOLS24/7'이라는 커뮤니티에서 가난한 젊인이들에게 영어를 교육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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