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부실기업이 추진하는 유상증자,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통과시키도록 하는 대가로 1억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금융감독원 국장 출신 사업가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조모(62)씨에 대해 집행유예와 추징금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씨가 금감원 인맥과 영향력을 이용해 아이알디, 엑티투오, 이앤텍의 증권신고서가 용이하게 또는 필요한 시기에 수리되도록 알선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 2009년 7월 아이알디 관계자로부터 유상증자 증권신고서가 금감원에 잘 통과되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6000만원을 수수했다.
또 2009년 10월에는 관리종목 지정이 높은 액티투오로부터 비상장회사 합병을 내용으로 하는 증권신고서가 같은 해 11월10일까지 효력발생이 가능하도록 금감원에 얘기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역시 6000만원을 받았다.
2010년 1월에는 부채 상환에 허덕이고 있던 이앤텍으로부터 2200만원과 함께 회계감사 전인 2010년 3월초까지 청약과 납입이 끝날 수 있도록 증권신고서를 통과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재판에서 자신이 받은 돈이 자문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돈을 건넨 회사 관계자가 금감원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취지로 돈을 건냈다는 진술을 인정했다.
또 알선행위가 과거의 것이나 정당한 직무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도 포함된다며 알선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했다면 실제로 어떤 알선행위를 했는지와 관계없이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조씨는 1심에서 징역1년과 추징금 1억4284만4917원을 선고 받았다. 항소심도 1심의 판결을 받아들였다. 다만 조씨가 30여년간 공직생활을 해왔다는 점 등을 인정해 실형 부분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낮췄다. 대법원은 형을 유지하되 조씨가 납부한 부가가치세를 감안해 추징금 부분을 1억4000만원으로 낮췄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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