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성본부, 212개 브랜드 대상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 조사
-지난해보다 산업별 점수 상승
-고객 니즈 파악 서비스군 약진
-1위 브랜드 고착화 현상도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전 세계적으로 경기 불황이라는 늪에 빠졌지만 기업들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 결과 브랜드 경쟁력 상승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21일 한국생산성본부(회장 진홍)가 발표한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NBCI 평균 점수는 67.8점으로 지난해 66.9점 보다 0.9점(1.4%) 상승했다. 이는 국내 59개 산업, 212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전반적인 산업별 점수를 살펴보면 59개 산업군 중 26개 산업군의 NBCI가 올랐다. 올해 처음 조사한 11개 산업을 제외하면 절반 이상의 산업에서 브랜드 경쟁력이 향상된 것이다. 조사 대상 가운데 NBCI 점수가 하락한 산업군은 12개에 불과했고 11개는 동일했다.
NBCI 점수가 70점 이상인 '우수' 브랜드 수는 76개로 지난해 54개 보다 크게 늘었다. 60~69점 사이의 브랜드 수는 131개로 NBCI 조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70~79점의 비율도 지난해 30.7%에서 올해 35.8%로 5.1%p 높아졌다. 반면 60~69점 비율은 65.9%에서 61.8%로 4.1%p 낮아졌다.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계속되는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신 기술과 뉴미디어를 십분 활용해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려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가져온 결과"라며 "소비자들이 느끼는 브랜드별 인식 차는 좁혀진 반면 브랜드 리더 입지를 굳히기는 한층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제품군 주춤…서비스군 약진= 올해 NBCI 점수를 들여다보면 지난해 대비 제품군의 평균 NBCI 점수는 소폭 하락했고 서비스군의 평균 NBCI 점수는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68.1점이었던 제품군의 평균 NBCI 점수는 67.8점으로 0.3점(-0.4%) 하락했다. 하지만 서비스군의 점수는 65.7점에서 67.8점으로 2.1점(3.2%)이나 올랐다.
제품군의 경우 지난해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 스마트TV, 태블릿PC 등 새로운 개념의 제품들이 다량 출시되고 가전류에 신기술을 접목시킨 제품들로 고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반면 올해는 이런 상승 기조를 잇지 못하고 주춤했다.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는 크지만 제품 초기 잦은 결함, 신기술을 활용할만한 콘텐츠 부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브랜드 간 비슷한 기능과 성능을 보이는 제품들 사이에서 해당 브랜드만의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비스군은 브랜드 경쟁력의 상승 기조를 한층 공고히 한 해였다. 학습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에서 높은 브랜드 경쟁력이 향상됐으며, 정체된 산업도 백화점, 손해보험, 신용카드, 편의점 등 4개에 불과했다. 이는 해당 브랜드만의 차별화를 위한 서비스 개선 활동 및 마케팅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략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NBCI 상승률이 높았던 부문은 정수기였다. 정수기 부분의 NBCI 점수는 67점으로 지난해 보다 8.1% 올랐다. 이어 멀티플렉스 영화관(7.7%), 종합병원(7.7%), 주유소(6.2%)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등산용품(-5.6%), 양문형냉장고(-5.6%), 타이어(-4.3%) 등은 지난해 보다 NBCI 점수가 내려갔다.
점수별로는 올해 처음으로 NBCI 조사 대상에 포함된 태블릿PC 산업이 74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김치냉장고와 밀폐용기, 우유, 백화점, 인터넷쇼핑몰 산업이 71점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반면 NBCI 점수가 가장 낮은 산업은 여성용 화장품으로 64점에 불과했다.
◆1위 브랜드 고착화= 브랜드별로 NBCI 순위를 살펴보면 파리바게뜨(베이커리 부문)와 그랜저(준대형자동차 부문)가 76점으로 가장 점수가 높았다. 이어 쿠쿠, 락앤락, 애니콜, 신라면, 금강제화, 롯데백화점, 롯데리아, 제주삼다수, 코웨이 정수기, 윌이 75점으로 상위권에 들었다.
브랜드별 NBCI 순위에서는 지난해 1위 브랜드들이 대부분 산업 내 1위 자리를 지켜낸 점이 눈길을 끈다. 유일하게 학습지 산업에서만 전년도 1위와 2위가 뒤바뀌었고 에어컨, CMA, 인터넷 쇼핑몰, 개인택배 서비스, 종합병원 산업에서 공동 1위 브랜드가 등장했다. 이를 제외하면 각 산업 내 1위 브랜드들은 지난해 1위여서 브랜드 순위가 고착화 돼 가는 모습이다. 산업 내 1위와 2위 브랜드의 NBCI 격차가 지난해 평균 3.2점에서 올해 3.4점으로 벌어진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1위 브랜드들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시장지배력이 강력한 1위 브랜드들의 경우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기 용이한 편이라 다른 브랜드들이 따라잡기 힘들다는 게 생산성본부 측의 설명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불황이 1위 브랜드 고착화 현상을 만든다는 분석도 있다.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할 때는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하려고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 보다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선택해 실패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 대부분의 산업에서 브랜드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구매 의도 점수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해당 브랜드의 경쟁력이 실제로 소비자의 구매 행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업들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NBCI= 소비자가 인식하는 마케팅 활동과 브랜드 인지도, 재구매 성향 등 브랜드 충성도와 구매의도 간 연계 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수다. 올해는 서울ㆍ부산ㆍ대구ㆍ대전ㆍ광주에서 해당 브랜드를 경험해본 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일반 소비자 11만2280명을 대상으로 브랜드 인지도, 브랜드 이미지, 관계 구축 등 3가지를 조사해 지수를 산출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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