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근혜ㆍ문재인ㆍ안철수, 이들 세 사람이 오늘은 어디를 찾아갈까? 대선후보는 일정으로 말한다.
후보 캠프에는 보통 일정팀이 별도로 존재하며 정책과 메시지가 일정에 반영된다.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방식으로 말하느냐에 따라 전달의 효과나 의미가 달라진다.
후보가 현재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무엇을 약점으로 여기고 있는지도 일정에서 엿볼 수 있다.
◆박근혜, 기초조직 다지고 안철수에 맞불..메시지ㆍ일정 불일치 부작용도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21일 오전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열린 경기 광역ㆍ기초의원 워크숍에 참석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소속 정당 국회의원들의 역량 못지 않게 광역ㆍ기초의원들의 풀뿌리 조직력도 중요하다. 이번 일정을 기초조직 다지기 행보로 볼 수 있는 이유다.
경쟁 후보들보다 한 달 이상 먼저 대권 레이스를 시작한 박 후보는 대학생과 여성단체 등을 만나고 민생현장을 찾는 중간중간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 같은 일정을 소화하며 대외 이미지 행보와 조직 행보를 동시에 보여왔다.
박 후보는 전날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다음 본사를 잇따라 방문했다. 지난 19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의식한 방문으로 보인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디지털 리더십'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또한 20ㆍ30ㆍ40 세대와의 친밀도에서도 박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박 후보는 후보 선출 직후 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전태일재단 방문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당시의 시도는 도리어 역사관 논란의 단초가 됐다. 일정과 메시지가 합치되지 못해 역풍을 부른 경우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민생을 살피고 조직을 다지고 막강 상대에 맞불을 놓는 가운데 무리한 시도로 다소간의 부작용을 자초한 행보. 박 후보의 그간 일정은 이렇게 요약된다.
◆문재인, 정체성 세우고 일자리 잡기 =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이날 오전 경기도 평택 '와락센터'를 찾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및 그 가족을 위로했다.
이른바 '힐링(치유)' 행보인 동시에 정체성 행보다. 문 후보에게 '민주당 후보'로서의 정체성 확립은 여전히 과제다.
호남지역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며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김두관ㆍ손학규ㆍ정세균 후보와의 경쟁에서 생긴 상흔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문 후보는 통합진보당 사태로 야권단일화가 난망해진만큼 민주ㆍ진보진영을 아우르는 대선후보로서의 이미지를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
민주당 지지세력을 확실히 잡아 지지율을 공고히 하고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한 뒤 박근혜 후보를 넘는다는 로드맵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박 후보가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새누리당사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농성장을 찾지 않아 비판을 받는 틈을 파고든 것으로도 해석된다.
국립현충원 방문 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뺀 것은 자연스럽게 박 후보와의 각을 만들었다.
문 후보는 전날 서울 노량진 학원가를 방문해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을 만났다. 대선후보 선출 뒤 첫 행보는 구로디지털단지 방문이었다.
'일자리 혁명'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데 따른 행보다. 향후 일정을 통해 중도ㆍ보수로의 외연을 확장하는 일은 문 후보의 또 다른 과제다.
◆창의ㆍ혁신의 스토리텔링..구체적인 정책은 언제? =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도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방문한다. 출마선언 뒤 첫 번째 공식 대민행보이자 정책행보다.
안 후보는 이 곳에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고충을 듣고 창업 아이템 제작 과정을 둘러볼 계획이다.
안 후보는 창의와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모델을 강조해왔다. 의사에서 벤처기업가로, 경영학자로, 교수로 꾸준히 자기혁신을 해온 인생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어필하고 청춘콘서트를 통해 젊은이들과의 교감을 키워온 면모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립현충원 찾아 이승만ㆍ박정희ㆍ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두 참배하면서 문재인 후보와의 차별성을 나타낸 건 향후 단일화 정국에서의 주도권 다툼을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며 통합을 외치는 건 위선"이라는 출마선언 일성이 반영된 일정이기도 하다.
안 후보의 경우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과 출마 기자회견에서 국정운영 구상의 큰 그림은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정책구상을 밝힌 적은 아직 없다.
상대적으로 늦게 출발한 안 후보에게는 앞으로의 일정을 '정책일정'으로 삼아 상대 후보들을 따라잡아야하는 부담도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