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손해보험사 자산 확대의 일등공신인 자동차보험시장이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자동차 원수보험료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을 포함해 올 4~8월 성장률은 0.7%로 1%에도 못 미쳤다. 이에 따라 연내 보험료 추가 인하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원수보험료는 1조6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보다 3.1% 감소했다. 지난해 8월 원수보험료가 1조1023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11.4%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낙폭은 큰 편이다.
채널별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대면채널)의 희비가 뚜렷했다. 지난달 온라인차보험 시장점유율은 27.7%(원수보험료 기준. 2955억원)로, 월별 수치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오프라인은 72.3%(7721억원)에 그쳤다. 성장률도 온라인이 6%, 오프라인은 -6.3%를 나타냈다.
업체 가운데는 롯데손보(2.5%)와 흥국화재(7.5%), 하이카다이렉트(1.5%) 만 성장세를 보였고 동부화재는 전년과 같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대형사를 비롯한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감소했다.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가 시작된 이후 원수보험료 규모가 전년동월대비 줄어든 것은 지난 6월(-0.7%)에 이어 두번째다. 잇단 마이너스 행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차보험 시장 위축이 여러 가지 경기불황 요소를 반영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4월 차보험료가 2.5% 인하된데 이어 신차 판매 부진, 가입자 확보를 위한 보험료 할인 경쟁 등 불황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 집약됐기 때문이다.
신차는 대당 보험료가 높아 원수보험료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만 지난달에는 판매대수가 뚝 떨어지면서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지난달 국내 신차 판매대수는 9만6648대로 2009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치열해지는 보험료 할인 경쟁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0% 이상 저렴한 서민전용 차보험이 선보인데 이어 올해부터는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 마일리지 보험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보험료 할인 대상인 차량의 블랙박스 장착 비중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7월 성장률이 1.1%에 그친데 이어 8월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면서 하반기 원수보험료 감소가 더욱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자동차보험이 등장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2012회계연도 원수보험료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보험료 추가 인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회계연도 차보험 적자가 4000억원을 상회한다"면서 "적자가 해소되기 전까지 보험료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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