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술 한 잔 마시면 가끔씩 옛날을 추억한다. 내 인생에서 노무현은 무엇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내 인생을 굉장히 많이 규정했다.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의 삶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운명적이다. 그것이 꼭 좋았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할 수 없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너무 많아서다." (운명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결국 '노무현의 길'에 들어섰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노무현의 친구'로 불리던 문 후보는 그토록 거리를 두려고 했던 정치의 길 한복판에 위치하게 됐다. 그것도 대권이라는 큰 길에 말이다.
문 후보가 정치인의 길에 나선 것은 작년 7월 야권통합 운동에 나서면서부터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당시 야권단일후보를 돕기 위해 지원유세를 하기도 했다. 문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은 그를 정치의 길로 이끈 것은 '정권교체의 절박함'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서 노 전 대통령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들이 이명박 정부 때 와서 하나둘씩 무너지자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문 후보는 시민사회 인사들과 함께 '혁신과 통합'을 만들어 야권통합 운동에 매진한다. 그 결과로 12월에 민주통합당이 출범하자 문 후보는 지난 4월 총선 때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당선된다. 정치인 문재인의 길을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시작한 것이다.
문 후보는 총선 당선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6월 17일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그동안 정치와 거리를 둬 왔지만 암울한 시대가 저를 정치로 불러냈다"며 "소수 특권층의 나라가 아니라 보통사람이 주인이고, 편을 가르지 않고 함께 가는 진정한 '우리나라'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 신인으로서 손학규, 정세균 후보와 같은 베테랑 정치인과 '이장에서 대통령까지'라는 스토리를 가진 김두관 후보와의 승부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지만 문 후보는 '경선 무패' 13연승이라는 압승을 거두고 16일 제18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문 후보가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1년 남짓이지만 승승장구만 한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지난 4·11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내주며 패배하자 이른바 '낙동강 전투' 패배의 장본인으로 몰려 상처를 입기도 했다. 지난 6·9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기된 '이박 담합(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논란' 당시 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번 대선 경선에서도 '이문 담합(이해찬 대표-문재인 대선 후보) 논란'과 비문재인 후보 측의 경선 룰 불공정성 제기로 모진 풍파를 겪었다.
'나야 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 못하게 됐다'며 정치인의 길에 들어선 문 후보. '새 시대의 맏형'이 되고자 했지만 '구 시대의 막내'로 머문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처럼 공평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이제 백일여 후면 알게 된다.
◆ 약력
△1953년 경남 거제 출생 △1971년 경남고 졸업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 합격, 경희대 법대 졸업 △82년 사법연수원 12기 수료, 변호사 개업 △2003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2004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2005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2007년 대통령비서실장,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회 위원장 △2010년 노무현재단 이사장 △2011년 혁신과통합 상임공동대표 △ 現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부산 사상), 민주통합당 18대 대선후보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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