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국고채 30년물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 투자 후 2년 뒤 되팔면 연수익만 8%를 거둘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는 이전에 가끔 주식 투자를 해봤을 뿐 다른 투자 경험은 없다. 김씨는 "잘은 모르지만 지금 채권 값이 계속 오름세라 몇 년 뒤 팔면 무조건 수익이 난다고 하더라"며 "은행 예금보다 훨씬 높고 채권은 안전자산이니 좋은 투자 아니냐"고 되물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고채 30년물이 발행된 뒤 김씨 같은 사례가 늘고 있다. 30년물로 고수익의 매매차익을 기대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투자에 나섰다가는 되레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담당 임원은 "현재 일선에서 개인에게 30년물을 마케팅하며 하는 말이 '지금 사서 2년 후 금리가 50bp(1bp=0.01%포인트) 내려간 뒤 팔면 이자 수익을 포함해 8% 수익이 난다'는 식"이라며 "이건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해서 선진국 가면 코스피가 4000까지 갈 거라는 것과 비슷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 금리는 변동성이 있어 미래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2년 동안 30년물 금리가 30bp 오르면 이자 수익은 되레 제로도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장차 한국이 저성장 국가에 돌입할 테니 30년물을 사야 한다는 소리도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환율이 변할 테고 그러면 외국인 투자자가 그대로 있겠느냐"며 "채권 시장서 외국인이 빠지면 채권 금리 상승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매차익 외에 절세 효과를 두고도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개인이 지금처럼 낮은 금리로 30년물을 구입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기준 30년물 금리는 3.04%로 10년물(3.08%)보다도 낮다. 장기물 보유에 따른 분리과세 혜택의 경우 10년물 이상이 대상이다. 절세가 목표라면 현재 30년물보다 금리가 높은 20년물 등을 구입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지난 며칠사이 30년물 채권을 구매한 개인은 당장 손해를 보게 생겼다. 지난 11일 이후 나흘 만에 30년물 금리가 2bp오른 데 이어, 앞으로도 당분간 채권 금리 상승(채권 값 약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며 시장의 예상을 깼다. 애초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 후 채권 금리 하락이 유력한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동결되며 당분간 채권 금리 상승(채권 값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1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 연준의 3차 양적완화(QE3)도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당장 국내 시중 자금이 주식으로 몰리고 있다. 위험자산인 주식이 강세면, 안전자산인 채권은 약세를 띤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는 은퇴를 앞둔 60~70대가 30년물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지금 바닥을 찍은 채권 금리가 내년에는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데 금리 상승 정도에 따라 원금 마이너스를 맞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동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30년물이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어 매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적정 금리는 30년물과 10년물과의 차이가 10bp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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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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