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10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취재차 방문한 적 있다. 저녁식사를 위해 혼자 버클리 대학 인근 식당을 찾았다. 웨이터는 메뉴판을 놓으면서 "일본에서 오셨습니까?"라고 물었다. 서양인들 눈에는 동양인은 모두 '일본인'으로 보였던 것이다. "코리아에서 왔다"라고 이야기했지만 그 웨이터는 '코리아'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몰랐다. 홀로 먹는 식사가 더 쓸쓸했던 기억이 난다.
이젠 달라졌다. 전 세계에 한국 문화 열풍이 거세다. 또 한 번 전 세계가 '문화강국 코리아'에 주목했다.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장' 수상. 개인의 영광을 넘어 '코리아의 존재감'을 보여준 쾌거다. 황금사자상 수상은 '문화 소국(小國)' 코리아가 세계 주류 문화를 선도하는 위치에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는 그 어떤 산업보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생존 본능'을 지녔다.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 한다. 기술 변화 등 외부 요인에 따라 급격한 변화가 있는 다른 산업과 다르다. 21세기 들어 각국이 문화콘텐츠 육성에 혈안이다. 문화콘텐츠는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한번 확산되면 '길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산업'여서 경쟁력이 높다.
한류열풍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일본과 동남아를 시작으로 퍼져나간 한류열풍이 정치와 사회 이슈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시아지역에 국한돼 있던 한류열풍이 최근 K-POP으로 유럽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문화라면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유럽에서도 K-POP은 이제 변방문화가 아니다. 여기에 최근 세계가 주목한 '강남스타일'도 눈여겨볼 점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동영상 전문사이트 유튜브 1억 조회 돌파는 물론 미국의 대중인기스포츠에서 승리 세리모니로 애용돼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국문화에 '확실한 도장'을 찍은 사건이 이번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영화제 수상이다. 김 감독의 수상은 이 시대 문화콘텐츠를 고민하는 한국인의 열정에 전 세계가 화답했고, 한국문화가 세계 주류문화의 한 복판에 다다랐다는데 의미가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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