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시중은행 내부 직원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며 전체 은행권에 대한 신뢰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고객 돈을 횡령하는 것을 넘어 수천억원 대의 사기 사건에까지 연루된 사실이 발생했다.
6일 금융당국 및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간부가 1000억원대 금융사기를 도운 대가로 10억원을 챙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을 검사해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전ㆍ현직 직원 5명에 대해 징계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은 신한은행의 A 지점장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8차례 거래업체가 지급보증서를 위조하는 사기에 가담해 지점장 이름으로 꾸며진 가짜 지급보증서를 다른 업체에 넘겼다고 밝혔다.
위조된 지급보증서의 보증 금액은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A 지점장은 이 대가로 14차례에 걸쳐 9억79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 직원 18명이 고객이 낸 수수료 수억원을 가로채오다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이들은 수수료 영수증을 허위로 발급해준 뒤 여러 차례에 걸쳐서 40만원에서부터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을 횡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은행은 적발된 직원 전원을 면직 처리했다. 동일 사건에 대한 징계로는 은행 창립 이후 최대규모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고객 돈 31억여원을 횡령한 우리은행 B차장이 경찰에 구속됐다. B씨는 2010년 6월 고객이 정기예금에 가입하며 맡긴 2억5000만원의 금액을 실제로는 1000만원만 입금하는 등의 수법으로 1년간 고객 6명이 입금한 31억95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이 돈을 주식투자로 모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월 포천지역의 한 지점장이 고객돈 38억5000만원을 횡령한 후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나은행 직원은 2009년 회사 공금 1800억원을 횡령한 동아건설 자금부장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으면서 전체 금융권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이 극에 치닫고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비리에 연루돼 징계받은 금융회사 임직원은 모두 4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2명)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비리로 모두 469명이 옷을 벗은 것을 감안하면 금융권의 비리와 징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 비리 피해 규모는 2006년 874억원에서 2010년에는 2736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비리ㆍ징계 규모와 피해액이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에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며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또 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저마다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사회공헌 사업, 서민금융 지원, 태풍피해 기업과 가계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빛이 바래졌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지면서 각 금융기관들이 고객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서민금융 지원책을 내놓는 등 각종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횡령 등의 사건들로 인해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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