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해외에선 고급건축의 대명사로 호평받는 '쌍용건설'이 국내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장기간의 매각실패 후유증에다 유동성 적기공급 무산 등 불안한 재무상태가 직접적인 이유다.
1977년 설립된 쌍용건설은 2012년 현재 시공능력평가 13위의 위치다. 해외건축을 특화해 1984년 해외건설수출 10억달러탑을 수상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유명세를 떨쳐 2010년에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준공했다. 올해 싱가포르 건설청이 주관하는 건설대상에서 플래티넘과 골드 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쌍용건설의 위기는 IMF 이후 시작됐다. 1998년 조흥은행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이듬해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됐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이때 공적자금인 부실채권정리기금 1743억원으로 은행권에서 쌍용건설 채권을 매입했다. 2001년 채권을 주식 형태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진행했다. 쌍용건설은 2004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2007년부터 캠코 주관으로 매각절차를 밟게 됐다.
그 사이 쌍용건설은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2007년 동국제강이 최종 입찰대상자로까지 선정됐지만 M&A는 실패했다. 최근 이랜드까지 총 5차례의 매각 추진과 실패를 거듭하며 쌍용건설의 증자는 지연됐고 시장 가치는 하락했다. 캠코는 매각 진행과정에서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느껴 올 초부터 시작한 매각에 '제3자배정'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안을 포함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자체충당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다보니 쌍용건설은 회계상 적자를 기록하는 중이다. 미분양 등 자산을 할인매각했으나 올 상반기에만 8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달 말 갑작스럽게 82억원의 어음 결제를 자체자금으로 하기도 했다. 또 오는 6일에는 520억원의 B2B전자어음(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를 제외하고도 올해 만기를 앞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이 1000억원이 넘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캠코와 채권단은 뒤늦게 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마저도 채권단의 갈등으로 지연을 겪으며 언론에서는 '부도 위기', '법정관리 위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지연 원인은 자금 지원의 세부 전제조건과 분담비율을 두고 벌어지는 채권단간의 기싸움이다. 산업·우리·신한·국민·하나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간 '자사 이기주의'가 재연되며 글로벌 건설사가 위기에 내몰린 셈이다.
특히 이런 사례는 올 들어서만 여럿이어서 업계와 정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시평순위 57위였던 중견 건설사 우림건설은 6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서 우림건설에 대한 '채권 재조정 및 유동성 지원안'에 대해 재논의했지만 어떤 결론도 내지 못했다. 이외에 풍림산업, 벽산건설 등도 은행들 간 갈등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여파는 건설사 임직원뿐 아니라 아파트 입주민, 수백개의 협력사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천여명의 임직원은 실업위기에 내몰리거나 임금지급이 지연되는 고초를 겪었다. 지난해 기준 시평 39위인 중견 건설사 남광토건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 남광토건이 지은 아파트 '별내하우스토리'에서 공사비를 받지 못한 협력업체가 입주를 막으며 피해자인 협력업체와 입주민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의 책임을 명확히 해 건설사의 연쇄 도산을 막을 필요가 있다"면서 "많은 건설사들의 채권단의 비협조나 압박 등으로 위기에 처해있고 이로 인해 경제전반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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