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대가 인력감축과 공장폐쇄 등 구조조정 실행여부가 답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3년 사이에 미국과 유럽 자동차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구제금융을 단행한 미국 자동차 업계는 실적개선으로 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반면, 정부 지원만 받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유럽업계는 장기 경기침체에 직면에 인력감축과 공장폐쇄를 선택해야 하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09년 제너럴모터스(GM)과 크라이슬르에 대량감원과 공장폐쇄 조건으로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반면, 자동차 판매 둔화에도 유럽 각국 정부는 경기가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자동차 업체가 고용수준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지원했다.
3년뒤 대서양 양안의 자동차업계에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실시한 미국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시장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꽤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3년 전 4개 브랜드,14개 미국 공장과 2만1000개의 일자리를 잘라낸 글로벌 1위 GM은 지난해 76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마찬 가지로 허리띠를 졸라맨 크라이슬러도 피아트의 지휘아래 1억8300만 달러의 순익을 달성했다.
반면,수 십 억 유로의 정부지원과 폐쇄 보너스 등 기타 생명연장 보조금 탓에 공장폐쇄를 하지 않았던 유럽의 대규모 자동차 메이커들은 하강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럽 경제위기는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핵심 유럽시장에서 수요 감소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PSA푸조 시트로엥과 르노, 피아트,포드유럽과GM 오펠 등은 흑자를 내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
손실이 가장 큰 푸조는 1만 개 이상의 일자리 감축과 20년 사이에 처음으로 자동차 공장 폐쇄를 계획중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공장 문을 닫은 피아트도 미국 수출용 차를 좀 더 경쟁력있게 만들지 못하면 추가로 한 곳을 더 폐쇄하겠다고 경고했다.
르노는 생산능력 감축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카를로스 곤 르노 최고경영자는 푸조 발표 4개월 전에 유럽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은 상당한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견했다.
지난7월 카를 프리드리히 슈트라케 오펠 사장을 해임한 GM은 대규모 감축을 지시할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슈트라케는 오는 2017년 오펠의 보쿰 공장 폐쇄때까지는 해고유예를 연장한다는 큰틀의 노사합의를 했다가 철퇴를 맞았다.
르노의 인력수는 2011년까지 3년 사이 9.6% 감소했고 푸조는 7.6%가 줄었다. 피아트는 유럽 업체중 유일하게 조립공장 문을 닫았지만 6만3000명의 인력은 거의 줄지 않았다.
이런 모든 노력에도 서유럽 자동차 시장이 3년 사이 13%나 위축되는 것을 발걸음을 같이 하지 못했다.
여전히 생산능력 과잉 상태다. 2007년 유럽과 미국 업체들은 최대 생산능력의 약 85%를 생산했으나 비슷한 수준의 생산과잉 상태에서 3년이 지난 현재 미국은 약 90%로 비율을 높인 반면, 유럽은 74%에 그치고 있다. 유럽 업체 5개중 2개는 최소흑자비율인 75%를 밑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가동률이 최고조인 반면, 이탈리와 프랑스,스페인 자동차업체는 한참 뒤져 있다.
이처럼 자동차 메이커간 엇갈리는 이해관계는 생산능력 감축을 어렵게 한다. 또 파산법과 노동자보호법 등 구조조정 장애물들은 유럽이 미국의 속도와 깊이를 따라잡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자동차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코울은 유럽인들은 ‘사단을 구하기 위해 대대를 희생해야 하는’ 선택에 직면했기 때문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누구나 지금이 구조조정 적기라고 결심했을 것”이라면서 “회사가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하면 일자리의 20%를 잃는게 더 낫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구조조정 여건은 과거 보다 좋다. 공장폐쇄는 2008년 금융위기의 첫 파고를 대했을 때처럼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 생산과잉 문제는 어떻게든 처리돼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프랑스에서 노조는 유연근로와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정치권도 과거와 달라졌다. 프랑스 사회당 정부를 비롯해 유럽 정부는 기업을 구제할 돈이 없다. 프랑스 정부의 경우 처음에는 푸조 인력 감축에 반대하다 목소리를 슬거머니 줄였다. 기업들이 공장을 줄이고 자연감원 처리를 통해 인력을 줄일 때 정부는 종종 고개를 돌리고 있다고 컨설팅회사 올리버 와이먼의 파트너 론 하버는 전했다.
프랑스 사용자 단체인 프랑스산업연맹(Medef)의 로랑 파리소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5년이나 10년 안에 경쟁력있는 시장의 리더가 되고 싶다면 일부 조정을 수용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