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美·EU 주문 '뚝'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아시아 제조업 분야의 침체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로 아시아 공장에 대한 주문이 감소한 게 주요 원인이라고 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글로벌 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는 중국의 제조업 지표는 최근 더 위축됐다. 중국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지난달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는 49.2로 전달의 50.1보다 떨어졌다. PMI가 50을 넘을 경우 경기 확장, 50 이하면 경기 위축이라는 뜻이다. HSBC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PMI는 47.6으로 7월의 49.3보다 더 떨어졌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로 경기침체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다.
한국의 제조업도 최근 해외 주문이 줄어 잔뜩 움츠리고 있다. 한국의 8월 HSBC PMI는 47.5로 전달(47.2)보다 다소 올랐지만 여전히 50을 밑돌고 있다.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대만도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의 경우 제조업이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성장속도는 둔화했다.
중국의 급격한 경기둔화는 호주 경제에 직격탄이 됐다. 호주는 중국의 수요에 대비해 천연자원에 대규모로 투자했으나 중국의 수요 감소로 철광석 등 천연자원 가격이 하락했다. 관련 기업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호주의 소매판매도 2년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맨유라이프자산운용의 엔드레 페데르센 이사는 "아시아 경제가 생각보다 더 둔화한 모습"이라면서도 "그러나 아시아 경제의 위축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의 경기에 따라 아시아 제조업의 실적은 달라질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전망도 좋지 않다. 최근 부채위기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이다. 미국의 경제 회복세는 더디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주 잭슨홀 연설에서 경기부양책을 시사했지만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아시아 수출의 잣대인 한국은 주요 글로벌 시장의 수요 감소로 8월에 전년 동기 대비 6.2% 줄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5.6%, 대(對)유럽 수출은 9.3% 감소했다. 미국에 대한 수출도 2.1% 줄었다.
아시아에도 예외는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의 PMI는 여전히 50을 웃돈다. 일본의 민간 자본지출은 증가세를 보였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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