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샤 사장 "우리가 생산하는 車, 해외서도 생산 가능"
"신뢰도 흠집, 파업 지속 시 물량 배분·고용보장 못해"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우리가 생산하는 차종은 해외 타 기지에도 생산가능하다. 글로벌 GM은 이번 파업손실을 만회하려 할 것이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한국지엠) 사장(CEO)이 노동조합과의 교섭 테이블에서 생산물량 이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올 초 돌았던 생산라인 유럽 이전설이 재차 수면위로 떠올랐다. GM 본사와의 사전 소통없이 호샤 사장이 홀로 이 같은 발언을 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에서, 라인 이전과 관련된 상세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3일 한국GM 노사에 따르면 호샤 사장은 지난 31일 오후 26차 임금단체협상 교섭에 직접 참석해 "우리는 한국의 생산능력에 대한 신뢰도에 흠집을 냈다"며 "안정적인 생산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장에 물량 배분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호샤 사장은 "우리가 생산하는 차종은 해외 타 기지에도 생산이 가능하다"며 "더 이상 추가 파업을 수용할 능력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잘못된 선택을 해서 1만7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면 아주 힘들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노조 파업이 지속될 경우, 생산 물량은 물론 고용 안정까지 보장할 수 없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앞서 한국GM은 올 초 GM이 파산위기에 처한 독일 자회사 오펠을 위해 한국GM의 일부 생산을 유럽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라인 이전설 등에 시달린 바 있다. 당시 호샤 사장은 "생산한 곳에서 판매한다는 원칙이 있다"며 이전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한국 수장인 호샤 사장이 본사와의 소통 없이 노조측에 이전과 관련된 발언을 하기란 어렵다는 점에서 사전 시나리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호샤 사장은 같은 날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서도 "현재 우리 회사는 공급안정성이 낮은 사업장으로 인식됐고 고객보다 내부문제에 집중하는 곳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번 파업으로 인해 모카, 트랙스의 유럽시장 출시와 북미지역 스파크 출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1차 잠정합의안이 압도적 반대로 부결된 이후 열린 첫 교섭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오며 향후 한국GM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CEO의 교섭 참석으로 임단협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던 노조는 호샤 사장의 발언에 실망과 분노를 함께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호샤 사장은 올 초 취임 후 줄곧 소통을 강조해온 자동차업계 대표 소통CEO로 꼽혀온 인물이기도 하다.
합의점을 찾아야 할 교섭 자리에서 오히려 노조를 자극하는 발언은 CEO의 발언으로 적절치 않을 뿐 아니라, 글로벌 대기업의 한국수장답지도 못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한 노조원은 "파업하면 생산물량을 옮기겠다는 것은 일종의 협박"이라며 "생산물량 이전에 대한 계획이 이미 정해져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노조원도 "한국GM의 약점을 그대로 건드린 협박성"이라며 "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온다고 해 해결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후퇴했다. 어차피 몇년 있다 한국을 떠나면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직원들을 대해선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노조는 우선 이날 간부파업을 진행하고 오는 4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국GM은 지난 7월10일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른 첫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지난달 13일 1차 잠정합의안 도출까지 총 2만4000대 차량을 생산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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