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21개 국가 정상이 모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오는 2일 최종고위관리회의를 시작으로 일주일간 열린다.
이번에 회의가 열리는 곳은 러시아 극동지방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수킬로미터 떨어진 루스키(Russkiy)섬. 이번 정상회의 개최 전까지만 해도 사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곳이다. 러시아가 이런 외진 곳에 20여개국 정상을 불러모은 까닭은 복합적이다.
러시아의 가장 큰 노림수는 지역개발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몇해 전부터 이곳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북한과도 협의중인 러시아는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설치 등 각종 개발프로젝트를 위해 인접국가와 다양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를 계기로 블라디보스토크의 대학 캠퍼스를 루스키섬에 한데 몰아넣을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각국 정상과 관료들을 맞이하기 위해 섬과 본토를 잇는 다리를 비롯해 주요 시설물을 이른 시간에 완공했다. 우선 회의장소와 숙소로 이용하고 추후 대학건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여하는 관료들 사이에선 "오롯이 회의준비에만 매달리게 생겼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섬인 만큼 둘러볼 곳이나 이렇다 할 편의시설이 없는 탓이다.
이번에 회의가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가 북한과 맞닿아 있는 탓에 최근 '북한, APEC 참가요청' 신문보도까지 나왔다.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는 북한과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농업을 비롯해 각종 협력사업을 적극 논의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오보는 최근 북한 고위관리가 이곳을 오가면서 지방정부와 논의하던 게 와전된 탓에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가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는 이번 APEC 회의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인 공급망 구축이라는 점과 맞물려 상징성을 갖는다. 21개 회원국들은 몇해 전 회의 때부터 지역 내 공급망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노선인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가장 끝에 있다.
루스키섬은 회의 개최국인 러시아를 제외하곤 우리나라가 가장 가깝다. 수도에서 거리를 따져보면 모스크바보다 서울이 오히려 더 가까울 정도다. 이번 회의 세부주제로 북극해 항로개발이 논의되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로서는 더욱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