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사후대처다. 그런 점에서 금융투자협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투자자에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놓고도 동네 구멍가게만도 못한 대응을 보였다.
지난 27일 금투협은 '프리보드 반기실적 정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앞서 23일 발표한 반기실적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했다. 프리보드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에 상장하지 못한 중소벤처기업들에 자금줄을 터주기 위해 2005년 마련된 장외시장이다. 현행 법률에 의거해 금투협이 운영을 맡고 있다.
정정 내용은 간단치 않다. 지난해 대비 프리보드 전체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감소폭은 20%가량에서 10% 미만으로 줄어든다. 실제보다 실적 감소폭이 커 프리보드 기업은 물론 투자자에게도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내용이다.
정정 자료를 보낸 후 2시간여 뒤 금투협은 또 정정자료를 배포했다. 전에 보낸 정정자료에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니 '재'정정자료를 보낸다는 것이었다. 금투협이 이번 문제 해결에 얼마나 안일하게 대처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금투협은 언론사에 개별로 연락하기보다는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일괄 통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잘못된 내용을 알아서 수정하라는 식이다. 금투협은 “출입 매체가 너무 많아 일일이 수정을 요청하긴 무리”라고 설명했다. 프리보드 시장과 지정법인, 투자자를 조금이라도 배려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궁색한 해명이다.
실적이 엉터리로 나가 항의하는 투자자에게 금투협은 정정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29일 현재 시간까지 홈페이지에 정정자료는 올라오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 대표기구로 불리는 금투협은 스스로를 두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자평한다. 이번에 금투협이 엉터리 취합을 한 프리보드 기업은 4만4000개도, 4400개도 아닌, 44개사에 불과하다. 금투협이 엉망으로 발표한 실적에 1조원 안팎을 유지하던 프리보드 거래대금은 28일 30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성적이 부진한 학생의 특징은 중간고사에서 틀린 문제를 기말고사에서도 못 맞힌다는 점이다. 금투협이 학습부진아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기대한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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