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 간 휴대용 기기 특허분쟁에 대해 지난 24일 한ㆍ미 양국 법원이 상반된 판단을 내려 국제 정보기술(IT)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부는 자사 제품의 겉모양 디자인 특허가 침해됐다는 애플의 주장을 기각한 반면 자사의 표준 통신기술 특허가 침해됐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받아들였다. 그런데 불과 20여시간 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반면 애플은 삼성전자의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평결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승패를 한 번씩 주고받은 셈이다.
양국 법원의 상반된 판단을 놓고 국내외 관련 업계와 전문가, 언론에서 갖가지 반응과 논평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비전문가로 구성된 미국 법원 배심원단이 부당하게 자국 이기주의적 평결을 내렸다고 보는 관점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인들의 보호무역주의가 노출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해외의 반응은 꼭 그렇지는 않고 다양하다. 미국 법원이 애플에 유리한 평결을 내놨다고 해서 그것이 자국 이기주의나 보호무역주의로 보는 관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미국 법원의 평결이 휴대용 기기 산업의 기술발전과 소비자 권익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우리도 좀 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특히 분쟁의 당사 기업인 삼성전자는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홍보에 힘을 낭비하기보다는 쟁점에 대한 논리적, 법률적, 기술적 대응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ㆍ미 양국 법원 모두 가급적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법률적 판단을 내린 것이 결과로는 상반되게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그래야 적절하고 현실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양국 법원이 각각 중시한 가치가 달랐다. 한국 법원은 국제표준으로 지정된 기술에 대한 특허 보유자의 권리를 중시했고, 미국 법원은 그런 표준특허를 기술독점 수단으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디자인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제품 차별화의 핵심적 요소라면 적어도 미국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음이 이번에 확인됐다. 결국은 삼성전자가 기술과 디자인 양면에서 누구도 흠잡을 수 없는 혁신선도 기업이 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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