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내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란 말입니까." 우리나라 최고의 중증외상 전문가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가 발끈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한 제약회사가 후원한 의사가요대회에 참가해 우승했다. 여기서 받은 상금이 화근이 됐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원배 동아제약 사장은 "우리의 억울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변호하라"고 지시했지만 실무자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변명이란 걸 하면 할수록 회사 이미지만 나빠지기 때문이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한 의료전문매체와 함께 '의사가요대전'이란 행사를 최근 개최했다. 일종의 '의사들 장기자랑' 대회다. 이국종 교수는 지난해 우승팀 '어레스트(arrest, 기능의 멈춤을 뜻하는 의학용어)'에서 베이스기타를 쳤다. 우승상금으로 1000만원을 받아 절반을 유니세프(UNICEF)에 기부했다. 이 교수를 포함한 팀원 5명이 가져간 실수령액은 세금 떼고 360만원이다.
이 교수팀뿐 아니라 모든 참가자들도 상금의 절반을 내놓았다. 이것은 의사들과 환자의 어울림을 유도하고 기부문화를 확산하려는 이 행사의 취지다.
그런데 아마추어 행사치곤 다소 많은 듯한 상금(올해 총 상금 4300만원) 그리고 그 돈이 제약회사에서 나와 의사에게 간다는 점 때문에 '편법 리베이트 아니냐'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졸지에 '리베이트 의사'가 돼 버린 이 교수는 "제약회사와 의사들이 함께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나쁘게만 보는 사회적 인식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행사를 통해 동아제약이 의사 사회에 좋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이익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이 직접적 거래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무엇보다 공익적 측면이 강해 무조건 리베이트 모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후 각 제약회사들은 '편법 시비'가 일만한 외부 활동 대부분을 중단했다. 때문에 정상적 마케팅, 긍정적 사회공헌활동도 덩달아 위축됐다. 48개 상장제약사의 2011년 기부금 총액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줄었다. 동아제약은 내년부터 의사가요대전 후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제공이 어려워지자 편법을 동원하려는 유혹을 느끼거나 실제 그렇게 하는 제약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를 적발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녀사냥식으로 모두를 죄인으로 만들어 이 사회가 얻는 것이 무엇일지 반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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