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증권업계가 거래량 급감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업계를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가 수장의 외유성출장과 임원진의 장기 여름휴가 등으로 뒷짐지는 행태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호주자산운용협회(FSC) 연차총회 참석차 출장을 다녀왔다. 주된 일정은 연차총회 참석과 선진 자산운용업 노하우 습득이지만 출장 일정에 시드니 투어 일정을 끼워넣었다. 세부일정에는 골드코스트 버스 투어 등 외유성 일정도 포함됐다. 금투협은 불가피한 출장이라고 했지만 상당수 대형 자산운용사 사장들은 이번 출장을 거부했다.
이번 출장은 박 회장이 취임 후 회원사의 해외진출을 도모한다며 해외진출 지원프로그램인 '뉴 포트폴리오 코리아'를 5년만에 부활시킨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회원사 수요와는 무관한 행사에 실속없는 일정으로 대형 자산운용사가 대거 참석을 꺼리면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최악의 불황 시기인데 호주 출장에 참여하려면 일주일을 고스란히 써야하고, 다녀온 뒤 짧게라도 가야 할 여름휴가를 고려하면 이번 출장은 고생하는 임직원들과 고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앞서 금투협은 증권사를 대상으로도 동남아 출장을 추진했지만, 증권사 사장들이 업황 악화를 이유로 모두 출장을 거부하면서 관련 출장을 취소하기도 했다.
박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장기 휴가도 업계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박 회장은 호주 출장 뒤 별도로 8월 마지막주를 포함해 최장 8일(영업일수 기준) 여름휴가를 계획중이며, 본부장급 임원들에게도 8일 휴가를 다녀오도록 지시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연차 소진을 위해 무려 20일간 여름휴가를 신청한 홍보임원에게도 '쿨'(?)하게 '편하게 쉬다 오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증권업계는 거래량 급감과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을 앞두고 고사직전이다. 협회의 역할이 중차대한 시기에 이 같은 임시휴업(?) 분위기는 증권사 임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게 한다. 일각에서 금투협을 두고 '증권사에 (협회비) 앵벌이 시켜 자기들만 호위호식하는 집단'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무리스러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서소정 기자 ss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