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런던캠프> SBS 토 밤 9시 40분
올림픽과 예능의 만남으로 토요일 밤의 열기를 기대했다면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런던캠프>(이하 <런던캠프>)만은 피해야 했다. 이미 경기 결과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감과 감동을 전하겠다는 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기획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상당 시간을 경기장에서 보낸 쇼 어디에서도 <런던캠프>만의 예능 기획이라 할 만 한 해석은 찾을 수 없었고 그저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뒤쫓기 바쁘다 보니 현장감은 커녕 주요 장면 다시보기 수준을 넘지 못했다. 또 경기를 마친 선수와의 짧은 인터뷰는 <런던캠프>만의 재치 있는 질문 하나 없이 준비한 ‘힐링 배지’만 달아주고 끝났으며 귀 기울여볼 만한 설명 없이 훑은 경기 후의 웸블리 스타디움은 없어도 그만인 컷 중 하나였다. 이경규의 해설에 대한 김제동의 반문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닙니까”를 그대로 <런던캠프>에 돌려주고 싶은 것은 이 때문이다.
기획의 구멍만큼 감정 과잉의 소음에 가까운 MC들의 응원은 또 하나의 아쉬움이다. 특히 공기권총의 진종오 선수가 마지막 한 발을 명중시켰을 때 터진 MC들의 고성은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은 다른 선수들에 대한 기본 예의를 잊은 행동이었고 ‘힐링’은 MC들만의 것처럼 보였다. 그나마 기존 <힐링캠프>의 포맷을 가져와 복싱의 한순철, ‘유도 3인방’ 선수들과 진행한 토크에서 보여준 그들의 집념과 웃음이 내내 살아날 기미가 없던 쇼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또 차범근 해설위원과 기성용 선수의 아버지가 만나 주거니 받거니 ‘학부형 모드’의 대화를 나누며 소란스럽지 않은 재미를 만든 게 다행일 정도다. 쇼는 2시간 40여 분의 시간을 채우기에 버거워 보였고 그 피로감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었으니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대체 누구를 위한 힐링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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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지혜(TV평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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