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전세계가 주목했던 두 개의 정책 이벤트가 마무리됐다. 결론은 "에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야 당장 3차 양적완화(QE3) 등 '서프라이즈 부양책'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으므로 그렇다 쳐도 문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였다. 지난 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나를 믿어달라'며 큰소리를 쳐 놓은 상태여서 전 세계 증시가 '드라기 랠리'를 이어가는 등 기대감을 한껏 불어넣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크게 분 풍선의 매듭이 풀리면 바람은 빠진다. '드라기 랠리'로 지난달 25일 이후 100포인트 이상 상승했던 코스피는 '드라기 실망'에 박스권 내 조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그렇게까지 얘기했으면 뭔가는 있겠지'하는 기대감은 어느 정도 유지해도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러 정황상 이번 ECB 통화정책회의 결과는 '행동의 지연'이지 '공수표 남발'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ECB회의는 실망스럽게 끝났다. 최소한 재정위험국의 국채 매입(SMP) 재개 정도를 기대했으나 구체적인 행동은 아무것도 없이 마무리됐다. 회원국 정부의 재정긴축과 적극적인 위기 대응을 좀 더 압박할 필요를 느낀 것으로 보이며 유로존이 정책을 실행해나가는데 있어 고려할 것들이 매우 많다는 구조적인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ECB가 행동을 주저함에 따라 이번달 중 유로존 위기는 '정책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개시장조작이나 비전통적인 대책을 쓸 수 있다(may)고 언급해 여전히 정책들을 대기해 놓은 상황이다. 국채매입이나 3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정책은 여전히 준비 중이다. 수주 내로 적절한 정책 방식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다음달 6일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메시지를 줄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은 결국 빈손이 됐다. 아무 것도 받아들지 못했다. 공허한 립 서비스가 아닌 공격적이고 구체적인 액션을 원했던 시장으로서는 이번 주 정책 이벤트의 결과를 실망스럽게 받아들일 전망이다. 시장은 기존 박스 내에서의 제한적인 지수 반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Believe me(믿어달라)"라는 드라기의 말에 "We don't believe you(당신을 믿을 수 없다)"의 시장 반응이 뒤따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조병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 기대를 모았던 FOMC와 ECB 통화정책 회의는 증시에 긍정적인 모멘텀을 제공하지는 못했다. FOMC는 굳이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ECB 통화정책 회의는 드라기 총재에 대한 대한 실망으로 스페인 국채금리가 재차 7% 대에 진입하고 유럽 주요 증시가 급락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재료로 작용했다.
국내 증시 역시 지난 25일 이후 진행된 100포인트 이상의 상승구간이 전적으로 ECB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음을 감안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이를 되돌리며 저점대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일단 국채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에 대해 수주 내로 결론을 제시하기로 약속했고, 그 규모 또한 충분할 것이라는 언급을 공식적으로 한 상황이다. 그리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유로안정화기구(ESM)과 무관한 국채 매입이나 3차 LTRO 같은 ECB의 권한 내의 방법론에 있어서는 독일의 반대 여부가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 약속이 이행될 가능성은 충분해보인다.
과거 행해졌던 이와 같은 조치들이 실제로 위기 국가들의 국채 금리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해줬음을 감안할 때,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는 시점에서는 다시 한번 반등 구간이 출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당장은 ECB 정책 결정에 따른 실망은 지수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부정적 영향이 상당기간 지속되기보다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들이 공수표가 아닌 조만간 실행될 수 있는 카드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전일 ECB 총재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미 발표된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정책조치를 위한 적절한 모델을 고안하겠다고 발표한 부분은 독일이 반대하는 방식을 피하면서 정책을 구사하고자하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아울러 ECB 총재가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국채매입에 반대했다고 밝히면서도 독일 중앙은행의 투표권은 한 표(ECB에 대한 독일 지분은 27%)라고 발표한 점은 국채매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ECB의 통화정책회의 결과는 행동 지연이지 공수표의 남발은 아니다. 물론 지수의 진정 여부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움직임을 통해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여전히 시장은 스페인 국채 10년물 수익률 7%를 리스크 확인의 기준으로 삼고있다. 다만 스페인 국채 수익률이 7%를 상회할 경우 ECB의 행동을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한 조정 기간이 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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