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는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에게 '쌈짓돈' 예산을 줄 수 없게 된다. 예산을 편성할 때는 구체적인 사업 기준을 제시해야 하며, 공무원 인건비 등 법적·필수 경비는 투자사업 등 다른 사업 예산보다 우선시해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1일 '2013년도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각 지자체에 배포했다. 이번 운영기준에는 예산의 구체적 목적과 범위를 정하지 않은 '포괄 사업비'를 편성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법령 근거 없이 사전에 수요 조사나 사업계획 수립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 '1인당 얼마' 식으로 예산을 포괄적으로 편성할 수 없다. 행안부는 아예 지자체가 구체적인 사업을 기준으로 예산을 짜도록 지방재정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2008년부터 구체적인 사업의 목적과 용도를 명확히 제시하는 사업예산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이를 어기는 경우가 빈번했다. 경남도 등 지자체 10곳은 지방의원 1인당 얼마씩 예산을 할당하고 수시로 도로 건설 등 주민숙원사업에 사용했다가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됐다.
또 지자체는 예산을 편성할 때 공무원 인건비 등 법적·필수 경비는 투자사업 등 다른 사업 예산보다 우선시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 지자체장 공약 사업 추진 등에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필수 경비를 빼놓고 편성한 뒤 향후에 추경을 해서 메꾸는 행태를 벌이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산편성·집행 과정에서 성차별 없이 혜택을 고루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인 성인지 예산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재원이 남성과 여성에게 평등하게 배분되도록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성별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성인지 예산서에는 성인지 예산 개요와 규모, 양성평등 기대 효과, 성별 수혜 분석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지자체는 내년에 건전한 재정운용을 위해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이나 선심·전시성 사업 예산은 제외하고, 청사는 신축보다는 리모델링 가능 여부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
행사와 축제 예산도 사전심사와 성과평가를 받아야 하며 민간이전경비는 일몰제를 엄격히 적용한다. 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을 본격 가동하고 지방채를 한도를 초과해 발행할 경우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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