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8월 백화점 업계에 '보릿고개'가 찾아왔다.
8월은 백화점 업계에 전통적인 비수기인데 불경기에 무더운 날씨, 7월 한달간의 세일 등으로 8월에 극심한 매출부진이 예상되면서 업계에서는 '보릿고개'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들조차 "올 8월은 달력에서 없는 '달'로 보면 된다"며 한숨 섞인 농담을 할 정도다.
31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9일부터 29일까지 31일간 진행한 정기세일에서 1.6%(기존점 기준)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세일 기간이 17일 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세일 기간이 14일 늘었지만 매출은 큰 차이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롯데ㆍ현대백화점의 매출 상황도 신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7월은 세일 덕분에 마이너스 성장은 면할 수 있었지만 8월에는 역신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8월은 유통가에 대표적인 비수기인 달로 꼽힌다. 소비자들이 대부분 교외나 바닷가로 여름휴가를 떠나고, 도심 속 백화점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 같은 비수기의 영향에 불황과 무더위 등까지 더해지면서 매출악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꼭 필요한 생활용품과 식품이 아니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홈쇼핑과 온라인몰에서 갈수록 생활용품의 매출 비중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기 불황에 7월 한달간의 세일은 8월 실적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소비자들의 소비를 7월에 집중시킨 까닭에 8월에는 소비자들이 특히 더 지갑을 닫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더위도 백화점 입장에서는 매출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무더위로 인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바캉스를 떠나고, 도심 속 백화점을 찾지 않는데 올해는 이 같은 무더위가 더 심할 것이라는 것.
실제 기상청은 8월 한달간의 기상예보에서 예년에 비해 더 더운 날씨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또 정부시책으로 백화점 실내온도를 25℃로 제한하면서 백화점을 찾아 더위를 식히는 이른바 '백화점 피서'가 불가능해지면서 매장을 찾는 발길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무더위와 불경기 전망에도 불구하고 백화점들은 예정된 일정에 따라 여름정기세일이 이후 첫 영업일인 이날부터 주요 상품 '가을'에 맞춰 개편했다. 앞서 유니클로 등 대표적인 패스트패션(SPA) 브랜드는 이미 로드숍 매장 상품 구성을 가을 상품으로 중심으로 맞췄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이 시즌을 앞서나가야 하기 때문에 가을 옷으로 맞춰놨지만 더운 날씨 때문에 수요가 있을 것이란 기대는 안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올해 윤달이 있었던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추석은 9월12일로 주말인 10일부터 사실상 연휴가 시작됐다. 덕분에 8월말부터 선물세트 등 추석 관련 매출이 시작됐다. 그러나 올해는 음력 4월에 윤달이 끼면서 음력 8월15일인 추석의 양력 날짜가 9월30일로 지난해에 비해 20일 가량 늦어졌다. 8월에 추석 특수를 찾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악화되는 가운데 8월 매출 악화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작년에 비해 매출이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