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공식 실업률은 3.4%였다. 거의 완전 고용에 가까운 수치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실상의 실업자들이 적지 않다. 취업할 의사와 능력은 있지만 잠시 구직활동을 중단한 사람들과 지금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더라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다. 전자는 실업통계에서 빠지는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되고, 후자는 취업자로 분류된다. 실업률 통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들 ‘숨은 실업자’를 포함한 사실상의 실업자는 지난해 179만5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을 포함할 경우 지난해 실업률은 7%로 공식 실업률의 두 배를 넘어선다. 체감실업률은 더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고용한파 지속-사실상 실업자 300만 시대의 5대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체감실업률은 1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실업자는 2008년 273만2000명에서 2009년 301만2000명, 2010년 312만명, 2011년 309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경기가 더 나빠져 사실상 실업자 수가 사상 최고인 지난 2010년 31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면서 청년층 사실상 실업자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한파가 가장 심한 연령은 중고령층인 5060세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50세 이상 연령대 중 사실상 실업자가 작년 말 기준 98만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50세 이상 중·고령층의 구직단념자 증가율은 연평균 31.5%에 이르고 실업자 증가율도 16.3%에 달했다. 국민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은 통상 60세 이후다. 재취업 없이는 도저히 생계를 꾸릴 수 없는 기간이다. 5060세대는 퇴직 후에도 새로운 직장에서 계속 일하기를 원하지만 취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들 세대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 없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자영업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예·정년퇴직한 50대들이 창업에 나서는 것은 적극적으로 제2의 인생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재취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00만명을 넘어선 사실상 실업자를 대상으로 한 실질적 고용대책이 시급하다”라며 “실업자,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취업무관심자 등이 추구하는 구직 활동의 강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성별, 연령별, 유형별 고용대책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잃은 것도 서러운데 실업자들을 힘들게 하는 팍팍한 현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실업급여는 월 최대 12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은 4인가족 최저 생계비 150여 만원에도 못 미치는 적은 금액이다. 매년 상승하는 물가 인상분도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수급기간(32주)마저 짧아 수입이 없는 이들에게 정작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고용센터 직업훈련에 대한 자비부담률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 1일 이후 ‘내일배움카드’(직업교육개발훈련 카드) 신청자의 경우 비서, 경리 사무원 등과 관련한 교육에 대해 지난해보다 5% 인상된 45%를 실직자가 자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직자들의 책임감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비용 부담금을 다소 올렸지만 취업이 되면 교육비로 납부한 금액의 20%를 돌려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 교육 이후 환급해 준다고는 하지만 수입이 없어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실직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으로 다가올 뿐이다.
고용 불안정과 구직 실패에 따른 물질적·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케어’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사회 시스템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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