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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무섭다"던 현대차 사장...실적보니 역시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24초

美·EU·中 등 주요시장서 판매 신장률 현대차 앞서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과거 기아차에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기아차가 제일 무섭다."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의 언급은 한 때 몸담은 계열사 기업에 대한 공식 립서비스 차원만이 아니었다. 형님만한 아우 없다던 것이 옛말. 무섭게 커버린 동생기업의 질주에 가장 긴장하는 이는 동생의 가능성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형님기업이다.


2000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기아차가 최근 무서운 속도로 '현대차 따라잡기'에 나섰다. 내수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현대차와의 간극 좁히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은 각각 35만7000대, 28만9000대로 집계됐다. 판매대수로는 여전히 형님인 현대차가 앞서지만 전년 동기 대비 신장률은 기아차(17.8%)가 현대차(10.5%)를 훨씬 앞선다.


유럽 시장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아차의 판매량은 작년 동기보다 24.5% 늘어난 17만대로 집계됐고, 현대차는 15.4% 증가한 23만3000대를 기록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주요 판매시장 중 유럽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기아차는 중국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16.3%로 현대차(4.4%)를 앞지르는 등 주요 시장에서 빠르게 판매량을 늘리는 모습이다. 전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는 아직까지 형님인 현대차에 미치지 못하지만, 주요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질주가 이어진다면 일부 해외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아닌 기아·현대차가 될 수 있다는 언급마저 나오는 배경이다. 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2003년 23.8%에서 지난해 33.5%로 10% 포인트 상승했다.


성장세는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사상 최대인 매출액 24조3409억원, 영업이익 2조339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5%, 25% 늘어난 규모다. 매출 신장률은 현대차와 엇비슷한 9%대를 나타냈지만, 영업이익 신장률은 25%로 현대차(21.0%)를 앞선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아차의 2분기 실적 개선의 주요인으로 ▲내수판매에서 K9 등 고가 신차출시에 힘입은 판매 개선 ▲미국판매 고성장 지속과 판매수익성의 절정 추세 반영 등이 꼽힌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K시리즈 출시를 통해 한국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기아차 이미지를 재차 각인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다. 하반기에도 기아차는 북미 시장에 K3와 신형 쏘렌토R, 중국에 K3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K3에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박한우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K3는 수출전략차종으로 연간 글로벌 판매목표를 45만대로 예상중"이라며 "최대 볼륨모델로 육성해 기아차의 성장에 기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아차의 질주가 이어질 경우, 현대차 시장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회사 내 고급차-상용차 등 타깃층이 다른 브랜드들을 갖춘 경우는 많지만, 현대·기아차처럼 비슷한 라인업의 브랜드 2개로 이뤄진 회사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신차 출시 시점을 서로 맞추는 등 아직까지는 보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기아차의 성장이 현대차로선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시너지 효과가 크지만 겹치는 부문이 많아 향후 관계설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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