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冥想속 나를 통해본 드맑은 彼岸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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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선종선…‘앎 가운데에’ 연작

冥想속 나를 통해본 드맑은 彼岸의 바다 은유적 풍경, 90×73㎝ oil on canva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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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사이 생겨나다니, 물방울이여. 조는 듯 안개 걷히니 막 파랑(波浪)에 떨어지려는 덧없는 편력(遍歷)이여. 아, 불쑥 눈물이 날 듯 기꺼워라.


빛나는 찬사처럼 균등한 약속처럼 파란 물결이 밀려오던 아침. 꿈을 실어 나르는 달팽이는 그 느린 걸음에도 어떻게 심해(深海) 고래의 전설을 전했을까. 어린 손등처럼 뽀얀 결로 다가와 청정한 양식을 한량없이 전하는 파도여! 바람을 다스리는 풍륜(風輪)이 나를 휘감다 지나갔다.

나(個我)는 바람이다. 누구나 꿈을 꾸듯, 지나던 사문(沙門)이 허리가 깊게 패인 자작나무의 위태로운 상처에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아픔은 아물 것이라 위로했다. 낯섦. 이채로움의 풍경. 일상적 관념의 해체…. 사문은 몇 개의 나무의미를 강화시키고 홀연 사라졌다. 모름지기 ‘뒤바뀐 생각이 곧 오염이니 뒤바뀐 생각이 없는 것이 본성’이라는 유마경(維摩經)의 글귀도 함께 남기고서.


冥想속 나를 통해본 드맑은 彼岸의 바다 95×85㎝

冥想속 나를 통해본 드맑은 彼岸의 바다 변환풍경, 163×120㎝


나무가 본 것은 무엇일까. 아니 무얼 말하려는가. 견고한 믿음처럼 한 곳에 서서 저 푸른 바다 속 그리움처럼 불현 듯 불쑥 솟아나는 산, 고래, 달과 태양, 어떤 꿈을 기다리는 것인가.


유리알처럼 반질반질한 조약돌. 맨발로 걸을 때마다 짜그락짜그락하는 발자국 소리에 ‘바보스럽지만 너다웠어. 난 그런 것이 맘에 들어’라던 젊은 날 시린 풋사랑의 올망졸망한 언어들이 팝콘처럼 돌 틈 사이 톡톡 튀어 올랐다. “그대 철없어 내 입안엔 신 살구내음만 가득하고 몸은 파계한 젊은 중 같아 신열이 오르니 그립다고 그립다고 몸써리치랴/오 빌어먹을, 나는 먼 곳에 마음을 두고 온 사내”
<김사인 詩, 예래 바다에 묻다>


동틀 무렵, 연잎에 구르는 동그란 집착
편평한 대지의 끝, 하늘 맞닿은 지평선. 저 멀리 미묘한 곡선의 정적으로 남겨둔 장엄한 산. 길 위에 미망(迷妄)의 걸음이 여명의 공기를 가른다. 누가 보고 싶어, 무엇에 반해 새벽 잠 깨어 어디로 가는 것일까. 첩첩산중으로 가는 산언덕 길목 뿌옇게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안개가 걷힐 때 ‘누구나 자신의 뒷모습을 못 보는 것’이라며 무리지어 핀 진분홍 백일홍이 일러 주었다.


산이 뿜는 신선하고도 차가운 공기, 다함없는 배품의 회향(廻向)이 역설의 신비를 일깨워 준다. 그 갈래를 따라 들어가면 필연의 근원을 만날까. 명징한 해답은 어디에 있는 것이며 명료한 것은 없는데 존재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오오, 무명(無明)의 집착을 녹여줄 저 떠오르는 태양의 불길 속으로 “멀리멀리 가는 나의 한숨/길이여 누설된 신비여.”<정현종 詩, 길의 神秘>


선종선 작가와의 대화
서사적 일상과 말걸기 그리고 자유의 확장


冥想속 나를 통해본 드맑은 彼岸의 바다

대개의 경우 어떤 풍경들을 뚫어지게 응시하다 보면 그것이 전혀 다른 낯선 풍경으로 변환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텐데 그때 주변 사물들과 시·공간적으로 긴밀히 유대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고(思考)는 그것들을 통해 체험된 자료의 축적물이다. 작가는 일상적 사물이, 개개의 의미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형태의 사물, 사건과 연계된 인과(因果)관계의 서사구조에 주목한다.


밀려오는 파도에 홀로 서 있는 나무 혹은 억새 하나를 응시하면서 ‘나무의 이야기를 나무의 서사적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다. 무채색 계통이지만 관점을 불필요하게 분산시키는 것을 경계한 무채색이 아닌 그만의 고유한 색으로 작품세계 의미를 펼친다. 여기에 탄탄한 인식토대에서 창조되는 작품들은 일상 뒤에 숨어 있는 은유적 풍경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일상 속에 널려진 무수히 진부한 사물과 사건에 숨겨진 또 다른 실체, 곧 그것들의 이미지로서의 서사구조를 읽어내려 하지요. 사물의 원시적 관찰과 의심을 통해 나무 하나, 풀 한포기라도 모든 것을 최초로 마주하듯 일상적 요소에 처녀성을 부여하고 전혀 새로운 문맥으로 그 일상을 읽어내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일상에 대한 말 걸기, ‘현재’와 나(我)와 주변과의 의미를 연동하고 존재의 폭과 자유를 확장해가는 작업 더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서양화가 선종선 작가는 중앙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코벤갤러리(밴쿠버, 캐나다), 현대아트갤러리(서울), 백송화랑 등에서 개인전을 11회 가졌다.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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