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가 그리스는 현재 대공황에 빠져있다며 경제위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마라스 총리는 이날 미국 기업인들과 함께 그리스를 방문한 빌 클린턴 전(前) 미국 대통령과 만나 "그리스는 현재 1930년대 미국이 겪었던 것을 경험하고 있다"며 "그리스판 대공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그리스 채권단이 과도한 긴축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경제 회복이 우선될 수 있도록 하면 그리스가 부채를 더 잘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마라스 총리의 대공황 발언은 트로이카 실사단의 그리스 방문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나왔다. 현재 그리스는 구제금융 조건을 완화하려 하고 있지만 오는 24일 그리스를 방문할 트로이카 실사단은 그리스 정부에 추가 긴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로이카는 그리스 정부가 긴축 약속을 이행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긴축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그리스 정부에 불만을 가진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추가 구제금융 자금 지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유럽연합(EU) 관계자를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그리스는 9월 이후 지급 불능 상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슈피겔은 아직 트로이카의 그리스 구제금융 이행에 대한 검토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트로이카는 이미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120%까지 줄이기 위한 긴축 조건을 그리스가 이행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리스가 긴축 조건을 이행하지 못함에 따라 100억~500억유로의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IMF의 그리스 구제금융 지급 중단 보도는 많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독일 DPA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EU 관리가 슈피겔의 이 같은 보도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IMF가 트로이카의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며 슈피겔의 보도는 단지 추측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독일과 그리스 재무장관도 추가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필립 뢰슬러 독일 경제장관은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긴축 조건을 이행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라며 "긴축을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추가 지원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는 지난 3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30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고 이에 대한 대가로 오는 2014년 말까지 국내총생산(GDP) 재정적자 비율을 3% 이내로 줄여야 한다. 2011년 재정적자 비율이 9.3%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그리스 경제는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침체에 빠지기 전에 비해 20%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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