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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들이 먹던 인도 구아콩, ‘검은 황금’으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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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에서 최근 급속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구아(Guar)’콩이 석유·천연가스 채굴에 꼭 필요한 원료로 주목받으면서 ‘검은 황금’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인도산 구아콩의 가격 상승으로 가난한 라자스탄주 농민들은 순식간에 돈방석에 앉게 된 반면 글로벌 석유업계의 ‘공룡’ 핼리버튼은 순익이 감소했다. 세계 무역구조의 가장 약한 이들이 보기드문 승리를 거둔 셈이다.

구아콩의 재발견은 라자스탄주 전체를 바꿔놓고 있다. 트랙터 등 농기계 판매가 크게 늘었고, 농지 가격도 올랐다. 주민들의 전통 혼례도 예전보다 더욱 화려해졌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이 지역 농민들은 구아콩으로 허기를 달래고 가축을 키웠다. 라자스탄주의 건조한 사막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품업체들이 구아콩에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을 찾아내면서 산업용으로 활로를 뚫게 됐다. 구아콩을 빻아 만든 가루는 현재 아이스크림 안정제나 빵의 고형제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더 중요한 점이 발견됐다. 구아콩 성분을 물에 첨가하면 점도를 높여 더욱 단단하게 만들며, 이는 강한 압력으로 물을 쏘아 암반을 깨뜨려 석유·가스 등을 채취하는 ‘프래킹(Fracking, 수압균열공법)’에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해외로부터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도 점차 줄여나감에 따라 프래킹 공법 등을 이용한 셰일가스 채굴 붐이 일고 있다. 때문에 인도에서도 기업과 농민들이 앞다퉈 구아콩 재배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전세계 구아콩의 85%가 인도에서 생산되며, 미국이 최대 수입국이다.


수요 급증에 구아콩 값은 연일 치솟고 있고 여기에 몬순(계절풍에 따른 우기)이 늦어진 것에 따른 올해 작황 불확실성으로 가격은 더 뛰었다. 시장이 커지면서 재배규모도 늘어났지만 전문가들은 구아콩 가격이 당분간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닐 비버리지 샌포드C번스타인 석유산업애널리스트는 “프래킹에 필요한 구아콩 수요는 북미지역을 넘어 인도 국내, 동유럽, 아르헨티나, 호주, 중국까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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