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트위터에서 떡을 파는 이가 있다. 잘 팔린다.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트위터를 통해 하루 평균 100만원어치의 주문이 들어온다. 어떨 때는 400만~500만원씩 주문이 몰릴 때도 있다. 자칭 '대표 떡장수'라는 임복래(45)씨 이야기다.
하지만 그는 하루종일 '스팸성' 판매 트윗 도배질을 하진 않는다. 떡을 판다는 광고 트윗은 하루에 세번. 아침, 점심, 저녁에 해시태그('#'를 특정 주제어 앞에 달아 한데 모으는 기능)를 달아 올린다. 수익사업 연계가 어렵다는 트위터에서 '떡장수'가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 장사 시작하자 '트친'이 먼저 나서…
임씨는 지난해 12월 처음 트위터로 장사를 시작했다. 대형 마트에 치인 경험이 계기가 됐다. 한 기업형 대형마트에 3개월간 물건을 댔지만 '1+1행사' 등 장사꾼에 불리한 조건을 견뎌내기 힘들었다. 수개월간 1억원 넘는 적자가 생겼다.
트위터로 사업을 시작하며 트친(트위터 친구)의 도움이 컸다. 한 웹디자이너 트친은 '재능기부' 차원에서 무료로 사이트를 디자인해줬다.
최근 그가 인터넷에서 파는 주력제품인 '무설탕현미쇠머리떡'도 당뇨병을 앓던 모 트위터러가 "설탕을 넣지 않은 떡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해 처음 만들었다. 설탕 대신 밤, 대추로만 단맛을 냈다. 이 트위터러가 "설탕 안넣었는데 맛이 좋다"고 호평하자 주문이 잇따랐다.
"혹 당뇨증세가 호전됐다는 말을 들었더라도 판매 사이트에는 넣지 말라. 법에 저촉된다"는 조언도 의사인 트친이 해줘서 알았다. '참 뵙기 어려운' 모 부장판사가 트친 자격으로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정담을 나눈 일도 기억에 남는다고 임씨는 말했다.
임씨는 "선팔(트위터에서 먼저 '친구신청'을 하는 것)을 하지도 않았는데, 근 6개월만에 팔로어수가 1만1000명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상대방이 팔로잉을 해오면 그제서야 '맞팔'을 한다는 것. 현재 그의 팔로어 수는 1만 5651명이다.
◆ 고객정보 요구 안해…주문은 '아이패드'로
현재 자신과 아내를 포함해 직원 8명이 떡을 만드는데 이중 절반가량이 트위터 등 인터넷으로 판매된다. 명색이 인터넷 쇼핑몰 오너지만 그의 집에는 'PC'가 없다. 대신 고등학생, 중학생인 딸 2명, 아내와 함께 쓰는 아이패드 2대가 전부다. 사업장에 있는 것까지 합해 총 3대의 아이패드가 있다. 그의 곁에는 종일 아이폰, 아이패드 등 스마트기기가 따라다닌다.
이 기기들로 신문도 보고 트위터도 이용하며 주문접수도 받는다. 임씨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며 "앞으로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세일텐데 이제 PC를 집집마다 두는 시대는 갔다"고 말했다.
그에겐 트위터가 매대이자 고객상담실이다.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 '한떡'은 메인 화면 한 페이지로 모든 게 해결된다. 특히 메인화면 구성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트위터 코너가 인상적이다.
떡을 주문할 때는 복잡한 가입절차나 신상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메일과 비밀번호만 치면 주문서가 나온다. 소비자는 떡값을 계좌입금하고 물건을 받으면 그만이다. "개인정보를 관리할 자신이 없다. 그런데 굳이 정보를 확보할 이유도 없다"고 임씨는 말한다.
요즘은 여름철이라 미숫가루를 팔고 있다. 그는 "제가 만든 미숫가루는 곡물을 한번 쪄서 소화가 잘 되고 국산 흑임자와 서리태 등 좋은 재료를 써서 영양도 만점"이라고 제품 자랑에 열을 올린다. 이 미숫가루 역시 트위터에서 먹는 법과 재료구성 등에 대해 트친들과 의견을 주고 받는다.
◆ 트위터는 무섭지만 따뜻한 곳…'믿음' 줘야
그에게 트윗은 생업의 한 수단이자 사회 참여의 주요 통로이기도 하다. 임복래씨는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일과 중에도 국회의사중계시스템에 들어가거나 정책방송을 보는 등 사회에 관한 관심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과거 MBC 'PD수첩'에 출연해 '노 모자이크'로 대형마트의 납품업체에 대한 횡포와 피해사례를 호소했고 다음 아고라에는 '떡장수'란 별명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많은 글을 남겼다.
올해 초에는 BBK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된 정봉주 전의원에게 "주문액 5%를 적립해 보낼테니 교도소 안에서 고추장 사드시라"는 트윗을 띄워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전주대 청소 노동자 파업 때는 직접 나서서 후원계좌를 만들고 서명운동을 독려했다.
임씨는 미숫가루 재료를 구하기 위해 전북 김제로 가는 중에도 잠시 차를 세우고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에 관련한 트윗을 급히 올릴 정도이다.
물론 그도 트위터로 하는 사업에만 올인하는 건 아니다. 현재 학교 급식 사업을 겸하고 있고 트위터로 파는 떡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정도이다. 하지만 임씨는 트위터를 통한 사업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시대흐름이 그렇다"는 것이다.
임씨는 "트위터는 무섭고 파괴력 있는 곳이자 따뜻함과 정감이 넘치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한 트위터러는 "'대표 떡장수' 판매 트윗 볼 때 마다 늦은 밤 떡 사라고 외치던 길거리 찹쌀떡 장수가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사업을 하려면 '떡'을 파는 게 아니라 '사람'을 팔아야한다"고 말했다. 네티즌과의 '공감'과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장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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