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미국 샌프란시스코시 정부가 아이맥·맥북프로 등 애플 제품의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이 공용 전자제품 조달에 필요한 친환경 인증에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의 공공기관에 ‘애플 불매운동’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시 정부는 애플이 비영리기관인 ‘전자제품환경보호평가프로그램(EPEAT)’의 인증을 거부함에 따라 시정부 산하 50개 공공기관에서 애플 컴퓨터를 구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아이폰·아이패드는 포함되지 않는다.
EPEAT는 지난 2006년 미 정부와 유관기관, 주요 IT기업들을 주축으로 설립됐으며 델, 휴렛패커드,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애플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지금까지 39개 제품이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EPEAT측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말 자사 제품의 인증을 모두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관계자들은 얼마 전 애플이 내놓은 신형 맥북프로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선보인 레티나 디스플레이 탑재 신형 맥북프로는 새로운 설계를 적용해 두께를 구형에 비해 크게 줄였다. 로버트 프리스비 EPEAT CEO는 “애플이 신형 맥북프로가 EPEAT 인증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 “맥북프로는 본체에 배터리 등를 일체화시켰으며, 재활용하기 위해 분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애플이 EPEAT에 밝힌 인증 철회 이유도 ‘디자인 정책의 변화’였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사실 샌프란시스코시 정부의 전체 컴퓨터 중 애플 제품은 전체의 1~2%인 500~700대 정도이며, 2010년 시정부 컴퓨터 구입 예산 380만달러 중 애플 제품군의 구매는 4만5579달러에 불과해 당장 애플의 매출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미 연방정부는 전체 업무용 컴퓨터 제품의 95%에 EPEAT 인증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내 다른 지역정부와 공공기관·대학에서도 애플 제품 구매중단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규모 종합대학군(群)인 캘리포니아대학교(UC, 산하 분교로 UCLA와 UC버클리 등이 있음)도 애플 제품의 구매중단을 검토 중이다. 빌 앨리슨 UC버클리 교내기술지원책임자는 “이같은 조치는 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면서 “관계당국·애플 측과 이 문제를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우리 제품은 연방정부의 ‘에너지 스타(Energy Star)’처럼 더 높은 기준의 친환경평가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면서 “유독성 부품의 제거 등 EPEAT의 평가기준으로 측정할 수 없는 중요한 친환경 요소에서도 애플 제품은 우수하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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