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특례입학 제도를 악용해 자녀들을 명문대에 부정 입학시킨 학부모들이 대거 적발됐다. 정원 외 입학제도의 허점을 노려 학력을 돈으로 사고파는 행위가 드러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한동영 부장검사)는 11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학부모 61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내 주요대학의 최근 5년간 재외국민 특별전형 합격자를 전수 조사한 결과 입학자격 관련 서류들이 꾸며내진 정황을 포착해 배후를 쫓아 왔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해외에 근무하는 재외국민들의 해외근무 여건을 조성할 목적으로 자녀들에 대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지난 1977년 도입돼 입학정원의 최대 2%까지 정원 외 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와는 별도로 입학정원과 무관하게 대학별로 모집인원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12년 특례입학(초·중·고 과정을 모두 해외에서 이수한 학생을 선발)제도’ 등도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4년제 대학의 재외국민 특별전형엔 전체 모집정원의 42%만 등록에 나서 사실상 서류심사만 통과하면 쉽게 입학할 수 있는 실정이다.
검찰 수사 결과 입시브로커들이 개입해 돈으로 만든 입학자격 서류로 국내 유명대학에 부정입학한 학생은 현재까지 적발된 규모만 77명으로 드러났다. 둘 이상의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사례만 14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근무한 것처럼 꾸며낸 재직증명서로 자녀 3명을 모두 서울 소재 명문대에 부정입학시킨 학부모 및 전에 근무했던 회사의 재직기간을 뜯어고쳐 자녀 둘을 모두 명문대에 부정입학시킨 학부모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학부모의 재직증명서, 학생의 성적 및 졸업증명서 등을 돈을 받고 위조해 준 일당도 적발했다. 중국에서 사설 입시학원과 중·고등학교를 동시에 운영한 학원장 전모(36)씨 등은 원장 형제, 부원장 남매 등이 가담해 가족기업처럼 수년간 조직적으로 범행을 지속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직장생활 이력이 없는 학부모는 상사주재원으로, 학교에 다닌 적도 없는 학생을 우등생으로 둔갑시켜 38명의 학생을 국내 유명대학들에 입학시켰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 중 3명을 구속하고 중국 현지에서 귀국하지 않고 있는 학원 관계자 2명은 지명수배 조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입시부정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반사회적 행위”라고 전제한 뒤, “해외 상사 주재원 등을 위해 도입된 재외국민 특례입학 제도가 부정입학의 통로로 악용되고 있어 제도 축소·폐지 내지는 응시자격 검증기준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적발된 부정입학자 명단을 각 해당대학에 통보하는 한편 추가 부정입학 사례가 더 있는지 계속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재외국민 특례입학 제도 외에도 각 대학의 정원 외 입학 전형들이 부정입학의 통로로 악용되지 않도록 엄정 대처해 나갈 계획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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