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90년대 학번·70년대 生' 펀드매니저···'1세대 60년대생' 넘어 기둥인력 자리매김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영화 '건축학개론'의 397세대(30대·90년대 학번·70년대생)가 우리사회를 변화하는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다. 치열한 펀드매니저 세계에서도 이들의 활약이 도드라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1960년대생인 '1세대 펀드매니저'가 개척한 길을 이어가지만 그들의 장점을 배우고 단점을 보완하며 '청출어람(靑出於藍)'을 뽐내는 397펀드매니저들은 은퇴를 앞둔 펀드매니저들의 빈 틈을 무섭게 채워가고 있다. 세대교체인 셈이다.
9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인덱스펀드를 제외한 국내주식형펀드 가운데 가장 성과가 좋은 펀드는 KB자산운용의 'KB중소형주포커스자[주식] A' 펀드다. 지난 5일 기준 이 펀드의 연초후 수익률은 19.77%로 800여개가 넘는 국내주식형 펀드 가운데 단연코 '으뜸'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이 2.67%, 국내주식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이 이보다 낮은 1.7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보적인 수익률이다.
이 펀드는 최웅필 주식운용본부 이사가 담당한다. 최 이사는 1972년생으로 연세대 상경대학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397세대를 대표하는 소위 '1등급' 펀드매니저다. KB중소형주포커스 펀드의 수익률이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것은 포트폴리오에 있다. 지난해 말부터 각 운용사들이 펀드 성격과는 무관하게 집중적으로 삼성전자를 매수, 시총비중까지 꽉 채우는데 혈안이 돼있었지만 이 펀드에는 삼성전자가 담겨있지 않다. 지난 3월말 이 펀드가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은 드래곤플라이, 코오롱인더스트리, 유진테크 등이다. 삼성전자 없이도 독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것.
최 이사는 "유럽 재정위기로 시장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불확실한 시장에서도 안정적이고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 중소형주 발굴에 집중했던 것이 수익률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원증권 시절부터 '가치투자 대부'라 불리는 이채원 매니저(한국투자밸류운용 부사장) 밑에서 가치투자가 몸에 베도록 습득했던 것이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펀드계를 뒤흔든 사건이 있다면 바로 IBK자산운용의 부상이다. 그간 저조한 운용사 수익률 때문에 '마이너 운용사'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IBK집중선택20[주식]A' 펀드가 압도적인 수익률을 거두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신성호 주식운용본부 차장은 1977년생 '젊은피'로 떠오르는 샛별이다. 그는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지난 5일 기준 이 펀드의 연초후 수익률은 14.31%로 KB중소형주포커스 뒤를 바짝 좇고 있다. 신 차장은 "일반적으로 압축펀드는 올라갈 때만 좋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압축펀드인 '집중선택20'은 상승장 뿐만 아니라 하락장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했기 때문에 수익률이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펀드인 '한국투자한국의힘 1(주식)(A)' 펀드를 운용중인 이용범 주식운용본부 부장도 1971년생이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397세대를 이끌고 있는 대표 매니저 중 한명이다. 설정액이 1조가 넘는 대형펀드이면서도 지난 3년 수익률이 49.17%에 이를 정도로 장단기 성과에서 양호한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 부장은 "시황보다는 기업을 보고 투자한다"며 "실적이 해마다 나아지는 기업, 삼성전자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과 중국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기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397세대가 펀드업계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은 독재개발시대가 아닌 민주화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쏠림보다는 합리적인 판단에 더욱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편 운용철학이 확고한 이들 397세대 펀드매니저들은 3분기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최 이사는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실적 모멘텀이 생겨야 지수를 견인할 텐데 삼성전자나 자동차 빼고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싼 구간은 아니다"며 "1800~2000포인트 박스권 장세를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차장은 "미국기업 등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고 국내 기업도 컨센서스 하향이 지속되고 있어 4분기가 돼야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부장은 "디플레이션 시대가 오기 전에는 주식투자에 대한 매력은 여전하다"며 "연간 3년 수익률을 따져봤을 때 정기예금보다 펀드가 훨씬 월등하다는 경험을 새겨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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