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선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전 세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잠시 회복되는 듯 했던 미국 제조업 경기는 다시 하강세를 보이고 있고, 유럽은 재정위기라는 만만치 않은 복병을 만나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꿋꿋하게 이익을 내고 있는 글로벌 회사들이 있다. BMW, 스타벅스, 버버리 등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중국 내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는 중국에서의 시장점유율이 35%에 이르고 있으며 이미 중국 내 마진과 수익이 미국을 앞서는 수준이다. 버버리는 지난 2010년 4분기 중국 매출이 30% 증가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BMW그룹은 지난해 중국에서 23만3000대의 자동차를 팔았는데 이는 전년보다 38% 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대표기업들의 중국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가계의 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통계청 발표를 보면 중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매년 10% 이상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최상위층, 상위층, 중상층의 소득이 각각 14.5%, 12.7%, 12.0% 증가해 중간층 이하의 소득보다 더욱 빠른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다.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상위 3개 계층의 소비욕구는 매우 강한 편이다.
가계 부의 증가 못지않게 중국의 고급 소비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또 하나의 변수는 도시화다. 중국 통계청에 의하면 중국의 도시 인구는 지난해 6억90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에서의 비율로 보면 약 51.3%가 도시에 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도시 인구는 앞으로도 꾸준하게 증가해서 오는 2014년에는 약 7억3000만명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화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중국 2선, 3선 도시들의 경제발전을 가져오고,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의 사람들에게 고급스런 소비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들이 일시적인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중국 내수시장의 성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투자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앞서 설명했던 글로벌 대표기업들, 특히 중국 등의 신흥국에서 경쟁력을 갖춘 회사들에 장기 투자를 한다면 상당한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지금까지 전 세계 경제를 이끌어 왔던 '선진국 내수와 신흥국 수출'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신흥국 내수 시장 자체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 중에서 신흥국 내수시장의 승자가 될 회사를 골라낸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여러 나라에 소재한 기업들을 일일이 찾아서 투자한다는 것도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다행히 시장에는 이러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있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 펀드가 그것이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펀드들에 대한 장기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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