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불황에도 최고급 향수는 오히려 더 잘 팔렸다. 럭셔리 화장품 판매가 부진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왜 그럴까.
얼굴에는 중·저가 브랜드숍 화장품을 바르더라도 '싸구려 향기'는 풍기지 않겠다는 불황심리가 반영된 것인가.
전문가들은 불황에 미니스커트가 많이 팔리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올 들어 6월까지 향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불황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화장품 매출이 5.4% 신장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현저히 높은 수치다. 특히 딥티크, 크리드, 아쿠아디파르마 등 고급 향수 부문은 같은 기간 신장률이 48.4%에 달했다.
신세계백화점 화장품 담당 관계자는 6일 “불황일수록 자신을 나타내고 싶은 욕구가 있기 마련”이라며 “미니스커트를 통해 자기만족을 구현하는 것처럼 고급향수 판매가 늘어나는 것도 일종의 자기 표현 욕구가 강해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최고급 향수 판매가 불황을 가늠하는 또 다른 잣대로 이름표를 올릴 전망이다. 불황을 타고 올 들어 10만원대 이상 고급 향수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고급 향수의 매력은 10만대의 저렴한 비용으로 자신을 고급스럽게 치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황으로 수십만원, 수백만원대의 명품을 구매하기에는 버겁고, 그렇다고 명품 욕구를 포기할 수는 없는 소비자들이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고급 향수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화장품 담당 관계자는 “10만~20만원대의 비교적 적은 돈으로 명품을 갖는다는 심리적인 만족감이 높아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여성들에게 고급향수가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최근 출시되는 고급향수들은 자기만의 표현을 할 수 있는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불황에 지친 사람이나 주변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색다른 향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신제품 향수의 평균 가격대도 5만원대에서 9만원대로 훌쩍 뛰어 올랐다.
최근에 유행하는 향수들은 진한 향기에 잔향이 오래 남는 제품들이다. 기존 제품들은 꽃향기를 중심으로 한 달콤한 제품들 위주였다면 요즘 유행하는 제품들은 한마디로 '엣지'있는 향수들이다. 각 제품마다 차별화가 뚜렷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국내 향수시장은 업계 추산으로 1000억원 정도 규모다. 최근 들어서는 10만원대 이상 고급향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바르는 화장품과는 달리 향수는 한 번 사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2년까지도 쓸 수 있다. 때문에 고급스럽고 색다른 향기를 내뿜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불황에 지쳐있는 사람들이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색다른 제품들이 인기다.
이세이 미야케, 베라왕, DKNY, 버버리, 페라가모, 장 폴 고티에, 끌로에 등 럭셔리 향수를 수입하는 하이코스의 경우 지난 2009년에 비해 2011년 매출이 22%가량 급증했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프리미엄 제품인 클로에 향수의 경우 2년 새 44.5%가량 매출이 신장했다.
하이코스 관계자는 “최근 향수시장 신제품들을 보면 다 가격이 높다”면서 “예전에는 5만원대 제품이 보통이었는데 요즘 나오는 신제품들을 보면 다들 9만원대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들어 10만원대 이상의 고급 향수들이 잘 팔리기 때문"이라면서 “남들이 다 쓰는 흔한 향보다 '나만 쓰는 향수'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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