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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환송회 다음날, 病들이 노크한다…몸관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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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월급통장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가야할 장소도 아니다. 은퇴가 가져오는 가장 극적인 변화는 바로 우리 몸에서부터 시작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은퇴할 즈음이면 적어도 수십년간 사회활동에 적응하도록 몸을 훈련시켜왔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는 중대한 신체적 충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성공하는 은퇴의 조건은 무엇일까. 잘 짜여진 연금 대책도 중요하고, 아내와 함께 하는 여행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이 만약 건강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일까. 돈을 쌓아두고 있다고 해도, 만나면 즐거운 친구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무엇보다 건강을 잃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살기엔 은퇴자는 너무 젊다.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은퇴를 '노년의 시작'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제2의 인생이라 당연히 여길 만큼 은퇴자의 대부분은 건강하다. 더구나 정신적인 나이는 더욱 젊다. 이런 생각은 커다란 착각 하나를 불러온다. 은퇴를 위한 준비 목록에서 '건강관리'란 단어가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퇴직 환송회 다음날 느즈막이 일어난 당신의 몸은 이미 어제와 다르다. 다른 무엇보다 은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게 몸이기 때문이다.


이동수 성균관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정신과)는 "직장인은 자신의 욕구를 절제하고 조절하는 방식으로 직장의 요구에 적응해왔다"며 "그러다 은퇴를 경험하면 갑자기 삶의 발판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며 목표를 잃고 허둥대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런 상실감은 신체적으로 각종 통증, 불면 및 식욕감퇴를, 심리적으로는 모든 것에 의욕을 잃거나 짧은 시간에 급속히 늙어버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시나리오…'스트레스와 성인병의 결합'=건강 측면에서 볼 때 은퇴 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초긴장' 상태에서 '초나태'로의 전환이다. 이것은 신체리듬을 깬다. 충분히 '뒹군 것' 같은데 연휴 마지막날 오히려 더 피곤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체리듬의 변화는 면역기능을 약화시킨다. 독감이나 폐렴 등 감염성 질환에 쉽게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신적으로는 우울증이 대표적이다. 은퇴 즈음 생긴 우울증은 때 마침 본격화 되고 있던 만성질환과 결합하면서 건강을 급속도로 악화시킨다.


윤종률 한림대 교수(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는 "중장년층 우울증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다분히 조기퇴직이란 사회적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며 "전문적 상담을 받아두는 등 은퇴가 가져올 신체ㆍ정신적 충격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퇴 후 '징검다리'가 필요하다=은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활발히 연구돼 온 분야다. 2011년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은퇴라는 사건은 주관적 건강상태에 유의한 악영향을 미쳤다.


수치로 나타내면 10% 정도 악화를 경험했다. 특히 68.4세가 평균인 지연은퇴자보다 56.8세인 조기은퇴자가 건강악화를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발표된 미국 연구도 비슷하다. 1만 2000여명의 건강상태를 은퇴 전과 후로 나눠 비교했다. 은퇴 후 곧바로 일을 그만둔 사람은 시간제 업무라도 한 사람에 비해 심장병, 암 등 주요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


일하는 사람과 흔들의자에 앉은 노년의 중간 지점에 '징검다리 직업(Bridge Job)'이란 게 있다. 이런 징검다리가 중요한 것은 갑작스런 생활패턴 변화로 인한 신체ㆍ정신적 충격을 완화해주기 때문이다.


◆인생은 결국 혼자…"내 건강은 내가"=은퇴라는 충격을 무리 없이 넘기는 것이 첫번째 과제라면, 자신만의 건강관리법을 터득해 남은 50년에 지혜롭게 대비하는 게 두번째다. 은퇴는 직장 건강검진 같은 외부의 도움 없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챙겨야 함을 의미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일종의 '주치의'를 두는 것이다. 유사한 개념으로 '만성질환관리제'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자신의 몸 상태와 질병 이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의사와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혈압이나 몸무게 말고 나머지 수치들에 다소 무심했던 자신감도 이젠 좀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정신적으로는 상실감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 후 직업을 가질 것인지, 가진다면 어떤 종류로 할 것인지 등 계획을 미리 세워두도록 하자. 차차 쉬면서 생각해보겠다는 태도가 좋지 않은 이유는 은퇴라는 사건이 우리 몸을 너무 빨리 변화시켜서다. 다만 은퇴 후 직업이나 취미활동 등은 혼자보다는 가족 혹은 비슷한 시기에 은퇴한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바람직하다.


퇴직 환송회 다음날, 病들이 노크한다…몸관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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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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