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지난해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30년 독재를 종식시킨 이집트에서 사상 처음 이슬람 정권이 탄생했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6~17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이집트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가 51.73%의 득표율로 무바라크 정권에서 마지막 총리를 지낸 아흐마드 샤피끄(48.27%) 후보를 이겼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60년 사이 4명의 군 출신 대통령으로부터 통치 받았던 이집트가 이슬람주의자를 첫 민간 대통령으로 택한 것이다.
무르시는 보수 이슬람주의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을 거쳐 지난해 4월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 대표로 대선에 나섰다.
그는 1992년부터 무슬림형제단 정치국 위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 처음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2005년 부정선거 항의 시위 주도 개혁파 판사들을 지지한 혐의로 이듬해 구속돼 7개월간 복역한 전력도 있다.
아랍 국가 가운데 미국의 최대 우방이었던 이집트에서 이슬람 정권이 탄생해 향후 대미 관계에 변화가 불가피할 듯하다.
백악관은 상호존중 아래 양국 관계를 정립하고 협력해나가고 싶다는 원론적인 내용의 성명만 발표했다. 무슬림형제단은 노골적으로 반미를 표방하진 않지만 무바라크 정권의 친미 노선과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양국이 협력관계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무르시는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이슬람 원리주의로 치닫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을 대통령 고문에 앉히고 여성에게 이슬람식 복장 규정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집트의 경제 여건도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관계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무르시는 1979년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협정이 이집트 국익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본다. 그는 평화협정 폐지 여부와 관련해 국민투표를 시사하기도 했다.
무슬림형제단이 이집트 과도 정부를 이끈 군부와 반목했던 만큼 무르시가 앞으로 군
부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도 주목거리다.
1975년 카이로 공과 대학을 졸업한 무르시는 1985~2010년 이집트 자가지크 대학에서 재료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1982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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